강남 살인사건 발생 70일..온라인은 아직 '남녀 전쟁'

입력 2016. 7. 25. 06:46 수정 2016. 7. 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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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게임 성우 교체 논란에 웹툰 사이트 환불 사태도 전문가들 "구조적 갈등..서로 존중하며 공존 모색해야"

넥슨 게임 성우 교체 논란에 웹툰 사이트 환불 사태도

전문가들 "구조적 갈등…서로 존중하며 공존 모색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70일 전인 올 5월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했다.

범인이 범행 동기에 대해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한 것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팽배한 여성 혐오(여혐)를 없애자"며 이례적인 추모 열기를 보였다. '여혐' 논쟁의 시작이었다.

이에 일부 남성은 "우리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데 잠재적 가해자로 매도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의 불씨가 던져졌고, 이는 70여일이 지났는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5일 현재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는 최대 이슈는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집단 환불 사태이다. 지난주 일어난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니딕게임즈가 제작하고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는 게임에 참여한 성우 김자연씨가 여성주의 성향사이트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포화를 맞자 김씨를 다른 성우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자에게는 왕자가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옷은 메갈리아가 페이스북의 계정 삭제 반복에 반발해 민사소송을 내고자 비용 모금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온라인 여론은 게임업체를 옹호하는 편과 비판하는 편으로 갈렸다. 남성이 주를 이룬 옹호 측은 '반(反)사회 성향 단체인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은 대중 게임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이 다수인 비판 측은 "메갈리아는 여성주의 단체인데 정치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섰다.

정의당이 이 사태에 관해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며칠 간 들끓던 온라인은 김씨가 "내가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사과 글을 올리면서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20일을 기점으로 2차 사태가 일어났다.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 중 한 명이 트위터에서 김씨를 옹호했다가 네티즌의 포화를 맞자 "그래서 (내) 만화 안 볼 거야?"라는 트윗을 올렸고, 독자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웹툰 작가들이 해당 작가의 발언을 옹호한 반면, 일부 독자들은 "웹툰 작가들에게 권위의식이 있는 줄 몰랐다"고 비판을 더했다.

유료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서는 남성 회원들의 대규모 환불 운동이 벌어졌다. 만화계는 남녀 갈등의 불씨가 '서브컬처'(하위문화)까지 번진 모습에 놀란 모양새다.

현재 갈등의 한쪽에는 국내 최대 온라인 지식백과 사이트 '나무위키'를 필두로 한 남성 네티즌이 있다. 평소 메갈리아를 반사회 성향 사이트로 규정하던 사이트다. 그 대척점에 메갈리아와 여성주의 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이 서 있다.

페이스북에서도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메갈리아4', '워마드', '레디즘' 등 여성주의 페이지들과 '김치녀', '김치녀 시즌2' 등 반(反)여성주의 페이지 회원들이 서로 악성 댓글을 남기며 갈등을 쌓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갈리아를 필두로 일어난 요즈음의 여성운동 현상을 하나의 차별 철폐 운동으로 인정하는 쪽과 비뚤어진 반사회 운동으로 보는 쪽으로 진영이 나뉜 것이 현재 온라인상 남녀 갈등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교수는 "페미니즘 이슈화의 기폭제가 된 메갈리아는 분명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한 흐름"이라면서 "'메갈'이란 이제 '페미'(페미니스트)라는 오래 된 낙인을 대체하는 일반명사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서 "'메갈'이라는 낙인은 여성혐오를 폭로하는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기 위한 고용 불이익, 신상털이, 신변 위협과 같은 '사회적 죽음'의 선고이자, 동시에 역으로 남성중심 사회에 저항하는 효과적 대항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갈등은 그동안 사회에 깔렸던 구조적 문제여서 금방 끝나지않을 것"이라면서 "잠재된 분노보다는 드러난 갈등이 낫다는 전제하에 서로 존중하며 공존을 모색하는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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