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대> 개막 앞두고 '삐걱'..샌더스비방 이메일 논란
DNC 고위인사가 샌더스 종교 들먹이며 '선긋기' 언급
DNC의장 "전당대회후 사퇴"…힐러리에 '이메일 부담 곱절' 해석
(필라델피아<美펜실베이니아주> 심인성 강영두 김세진 특파원 = 순조로운 '힐러리 잔치'가 될 줄 알았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고위인사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것을 계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클린턴과 샌더스 사이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고, 이번 전대 행사의 핵심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이 전당대회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DNC 지도부 인사 7명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 25일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 1만9천252건을 공개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샌더스는 CNN에 출연해 이번 이메일 사건이 "DNC 내부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슐츠 DNC 의장이 "의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문제가 된 이메일 가운데는 '그(샌더스)가 무신론자라고 한 말을 들은 것 같고,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거나 '남부 침례교단 개신교 인물들은 유대인과 무신론자는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언급도 있었다.
이는 샌더스가 유대교인이라는 점을 공격 소재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물론이고, DNC 고위층이 조직적으로 '힐러리 편들기'를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준다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실제로 샌더스 측은 당내 경선 도중에 DNC가 경선 관리를 편파적으로 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슐츠 의장을 전당대회 행사에서 배제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규정위원회를 열고 슐츠 의장이 반발했지만, 마시아 퍼지(오하이오) 하원의원을 전당대회 사회자로 지명했다. 슐츠 의장의 전당대회 공식 연설도 취소됐다.
당내외 압박을 이어지자, 마침내 슐츠 의장 본인도 이날 오후 전당대회가 끝난 뒤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슐츠 의장이 클린턴으로 쏠려야 할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액설로드를 비롯한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샌더스 비방 이메일' 사건이 클린턴과 샌더스 사이의 정치적 합의를 깰 '폭탄'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AP통신은 샌더스 지지 대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 팀 케인 부통령후보의 연설 때 이번 일의 항의 표시로 단체로 회의장을 나가자는 제의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일에도 샌더스가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NBC에 출연한 샌더스는 이번 사건이 클린턴 지지 입장 표명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의 일하는 가정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운동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것도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것도 아니다.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ABC에 출연해 "나는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 실망했다" 고도 말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때 사설 이메일로 기밀문서가 포함된 공문서들을 주고받은 '이메일 스캔들' 때문에 여전히 공화당으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을 언급하며 클린턴이 "이메일 논란에 대한 부담을 곱절로 지게 됐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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