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힐러리, 美독립선언 채택 聖地서 출정식

윤정호 특파원 2016. 7. 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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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美민주 전당대회.. 윤정호 특파원 필라델피아 르포] '함께 더 강하게' 구호 아래 경쟁했던 샌더스도 연설 예정 철강 노동자의 아들인 팀 케인.. 히스패닉표 공략에 도움될 듯 샌더스 지지자 4만여명은 "승리 도둑맞았다" 시위 예고

미국 민주주의의 요람인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는 벌써 뜨거웠다. 독립 선언문을 채택하고, 헌법을 만든 이곳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가 25일(현지 시각)부터 나흘간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 의원,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을 제45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로 선출한다.

이미 필라델피아는 전국에서 몰려든 대의원과 민주당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여기에 힐러리와 끝까지 경쟁했던 자칭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 지지자들이 '시위'를 위해 하나둘 모이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진보적 가치를 민주당이 발표할 정강·정책에 넣기 위해 애썼고, 힐러리의 승리를 확정 지은 이른바 '수퍼 대의원(경선과 상관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대의원)' 제도 폐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의 '규칙위원회'는 이를 거부했다.

샌더스는 전당대회 첫날인 25일 찬조연사로 나서 힐러리 지지를 호소한다. 그러나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샌더스 지지자들은 전당대회장 밖인 시청 앞과 인디펜던스홀 사이에서 24일부터 전당대회가 끝나는 28일까지 대규모 시위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의원과 민주당 관계자를 모두 합친 3만여 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치안 당국은 이들과 힐러리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폭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23일 2만여 쪽 분량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을 폭로하면서 민주당 주류 측이 샌더스에게 불리한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고,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위원장이 샌더스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샌더스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샌더스의 신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DNC 간부가 지시한 내용도 있어 샌더스 지지자들은 "승리를 도둑맞았다"며 흥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치안 당국은 시위대 통제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백악관 경호팀은 폭발물 감지팀과 함께 전당대회장 내부 점검에 나섰고 행사장 주변의 브로드웨이, 10번가 등과 고속도로 일부 진출입구간은 23일 저녁부터 통제됐다. 5톤 이상의 트럭은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등 테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 정체를 보이는 힐러리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당대회를 축제로 만들어 전국적인 관심도 끈다는 생각이다.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라는 구호 아래 '함께 단합하자(United together)' '아동과 가족을 위한 평생의 싸움(A lifetime of fighting for children and families)' '함께 일하자(Working together)' 같은 하루하루의 주제도 정했다. 스타급 지지연사도 대거 출동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당대회 사흘째인 27일 등단하고, 이에 앞서 부인인 미셸 여사는 첫날부터 지원에 나선다. 힐러리와 8년 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섰던 이들의 지지연설은 힐러리의 취약층인 흑인 유권자의 결속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전당대회 기조연설자로 나서 4년 만에 백악관에 입성했던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이튿날인 26일 나온다. 이날은 주별 경선결과를 밝히는 '롤콜(roll call)'을 통해 힐러리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하는 날이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트럼프처럼 힐러리 측도 가족이 다 나선다. 딸 첼시는 힐러리의 수락연설 소개자로 등장한다. 트럼프와 달리 힐러리는 전당대회 첫날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파격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버지니아), 진보의 총아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연방 상원 의원도 눈에 띄고, 유명 정치인인 부친 마리오 쿠오모의 대를 이어 뉴욕 주지사에 당선된 앤드루 쿠오모,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도 연설한다. 힐러리는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 어머니 모임인 마더스오브무브먼트 관계자도 연사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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