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당신 계좌번호까지 다 팔려나간다
지난 1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개인 정보 팝니다'라는 글과 함께 판매자의 메신저 연락처가 올라왔다. 본지가 이 글을 올린 개인 정보 판매 브로커에게 온라인 메신저를 보냈더니, 이 브로커는 "최근 입수한 사이트 33곳의 회원 데이터베이스(DB)가 4만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개인 정보 한 건당 50원씩 1000건에 5만원"이라며 "해외에 있으니 환전 수수료 1만원도 같이 보내달라"고 했다.
현금 6만원을 입금하자 20분 뒤 브로커가 1000명의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보내왔다. 이 파일에는 이름과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주거래 은행의 계좌 번호까지 기록돼 있었다. 이 같은 개인 정보는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같은 금융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브로커가 건넨 명단은 한 사설 선물(先物) 투자 업체에 등록한 회원들의 것이었다. 명단에 나온 박모(50)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믿을 만한 곳이라는 인터넷 광고 글을 보고 선물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대체 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된 것이냐"고 했다.
김모(39)씨도 "2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한 달 뒤 갑자기 계정이 폐쇄돼 돈을 모두 날렸지만 사설 업체라 보상도 못 받았다"며 "내 주민등록번호나 계좌 번호가 팔리고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사설 선물 투자 업체에 등록한 회원들의 개인 정보가 시중에서 줄줄 새나가고 있다. 선물 투자는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미래 가격을 예측해 돈을 거는 거래다. 정식으로 선물 투자를 하려면 최소 3000만원의 증거금(보증금)을 납입해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
사설 선물 투자 업체들은 고액의 증거금을 내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50만원의 증거금만 받는다. 이들이 낸 돈을 모아 투자를 대행해주는 것으로,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업체다.
불법으로 설립돼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이 불법 업체들은 수시로 정보 판매 브로커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들이 보유한 회원 정보를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사설 선물 업체 500~1000곳을 적발하고 있지만, 불법 업체들은 여전히 "수익 100% 보장" "합법 투자"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며 영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체들이 서너 달 만에 한 번씩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을 하기 때문에 단속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유출 경위나 피해 사례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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