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했지만 드라마 할수록 어려워..허허"

입력 2016. 7. 24. 23:36 수정 2016. 7. 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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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MBC 드라마 ‘옥중화’ 이병훈 PD

조선감옥 소재…23회까지 시청률 18%
선방중이나 ‘대장금’ ‘이산’ 만든
‘사극거장’ 성적표치곤 아쉽단 평

소재 반응정도 생각보다 떨어져 고민
“후반부 달라질 것이니 기대해 달라”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하더니 “나이 들면 말이 장황해져서 큰일이다”라며 껄껄껄 웃는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옥중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이병훈(72) 피디는 그저 인심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다. 그러나 드라마 얘기가 나오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아직도 현장에서 직접 연기 시범까지 보이며 배우들의 동작 하나까지 신경쓴다는 그는 자신에 대해서도 엄격했다. 22일 현재 50부작 중 23회, 절반을 달려온 <옥중화>의 전반적인 성적을 평가해 달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많아요. 시청자의 마음을 잘못 읽었구나 싶은 것도 있고.”

4월 시작한 <옥중화>는 이 피디가 3년 만에 연출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23회까지 평균 시청률은 18.3%(닐슨코리아 집계)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것에 견주면 화제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전옥서(조선의 감옥)에서 태어난 여주인공이 그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어드벤처형 사극인데, 초반 흥미진진했던 전개가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주인공 진세연과 악역 박주미 등 주요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도 있었다. 높은 시청률로 작품 변론에 나서는 대신 그는 “내가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전옥서가 시청자들한테는 신선한 소재가 아니었나 보다”라고 연타석 충격파를 날렸다. “옥녀가 체탐인(첩보원)이 되는 장면에서 멋진 액션신을 보여주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시청률이 더 올라갈 줄 알았는데 더 떨어졌어요. 실망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단순 악인을 그려야 한다고 주변에서 말하는데, 나는 성격상 그게 안되더라. 악역에도 당위성을 담다 보니, 악한 마음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윤원형(정준호)도 새로운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아들 문제가 걸리니까 또 다시 인간적인 악인이 돼 버리더라”는 솔직한 얘기도 털어놨다.

그러나 자신한테 객관적일 줄 아는 이런 마음이 그를 최고의 피디로 올려 놓은 비결 아니었을까. <대장금> <이산> <상도> 등 하는 작품마다 성공했던 이 ‘사극 거장’은 ‘내가 맞다’라고 시청자들한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옥중화>를 하면서도 “드라마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40년을 했지만 여전히 시청자의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다”며 시청자의 지적 사항을 들여다 보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시청자들이 신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듯한 전옥서를 50부까지 계속 끌고 가야 하느냐를 두고도 작가와 오랫동안 논의했다고 한다. “‘전옥서’라는 무대가 사극에서 처음 다뤄지는 장소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고, 후반부에 외지부 얘기를 펼치는데 집중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완벽히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전옥서에 멈춰 있으면 시청자들이 쉽게 싫증을 낼 것이라고 생각해 옥녀의 신분과 상황이 변하는 대로 무대는 조금씩 바뀔 것입니다.” 다양한 인물군상을 보여줄 수 있는 등 초반의 의도를 담아 “끝까지 가져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옥중화> 후반부에는 “임꺽정과 황진이, 대장금도 등장”하는 등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최고의 후반전을 위해 그는 현장에서 더 열정적이 됐다. “이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화면은 반짝반짝하네 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고 평소 말해온 그는 낮기온 30도를 넘는 요즘에도 촬영 때 혼자 그늘에 편하게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여전히 배우 수십명에게 일일이 연기 시범을 보인다. <옥중화> 초반에도 16시간 릴레이 대본 리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출자는 무한 책임이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100㎏짜리 부담감을 등에 지고 달리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는 그가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웃게 될까. “끝없는 시행 착오와 계산 착오를 반복하면서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후반부에는 달라지는 게 많고 변화도 많기 때문에 기대하는 만큼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마치 신인처럼 각오를 다지듯 눈빛을 반짝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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