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소청위 결정, 사립대선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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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사립 A대학교 김모(51·여) 교수는 지난 3월 조교에게서 한 통의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비정년트랙 교수로 이 대학에 6년간 근무한 김 교수는 대학 측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재임용 거부를 통보받은 후 지난 1월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다. 교원소청위로부터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문을 받은 그는 곧 복직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연구와 학생 상담 등 업무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대학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김 교수 연구실의 인터넷과 전화를 끊고, 대학 이메일 계정을 삭제한 데 이어 지난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민사소송보다 빠른 처리를 기대하고 교원소청위에 제소했는데 싸움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학내 비리를 비판해 직권면직된 광주 B여대의 이모(62) 교수는 네 차례나 교원소청위에서 승소하고도 복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년트랙 교수였던 그는 2012년 2월 교원소청위에 제소해 면직이 부당하다는 결정문을 받았다. 그러나 대학 측은 행정소송으로 맞섰고, 2014년에는 이 교수를 복직시켰다 1개월도 채 안 돼 다시 면직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인사처분을 받은 대학 교원이 교원소청위에 제기하는 심사 청구건수가 늘고 있지만 사립대 교원에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사립대가 관련 규정을 악용해 교원소청위의 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교원소청위 결정이 ‘(국·공·사립을 불문하고) 처분권자를 기속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국·공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규정을 악용하는 것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교원의 소청심사 청구는 2011년 180건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359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사립대 교원의 소청심사 청구는 2011년 137건, 지난해 298건에 달한다. 사립대가 교원소청위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도 2012년 13건에서 지난해 38건으로 크게 늘었다.
교원소청위 심사기간인 약 3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교원들은 행정소송이 대부분 3심까지 가는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교원소청위에 제소한 뒤로 임금을 받지 못해 고생했다”며 “교원이 지치게 만들기 위해 학교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부 사립대는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대학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교원소청위 결정대로 재임용 등의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지만 김 교수의 사례처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원소청위 결정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대학 측과 교원 간의 법정 다툼 끝에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원소청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의 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현석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할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교육부가 교원소청위 결정을 무시하는 학교에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 며 “교원소청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우·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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