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떠나보낸 현대그룹, 중견기업 새 출발선에 서다

유성열 기자 입력 2016. 7. 24. 19:07 수정 2016. 7. 2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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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오늘 공식 계열분리 산업은행이 새 대주주로 현대, 해운 불황에 직격탄

현대그룹은 25일부터 자산 2조7000억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새 출발에 나섰다. 한때 재계 서열 1위로 한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대기업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토건사(현 현대건설)를 세운 뒤 69년이 지나는 동안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이 줄줄이 계열분리됐고, 이날 현대상선마저 그룹에서 이탈했다. 앞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재도약을 모색할 방침이다.

현대상선 주인, 산업은행으로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갔던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출자전환의 전제조건인 대주주 감자의 건을 99.9%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출자전환은 지난 22일 완료됐고, 주말이 지난 뒤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해운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업은 극심한 장기불황 국면에 들어갔다. 그룹 매출의 최대 70%를 책임지던 현대상선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현대그룹도 뿌리째 흔들렸다.

현대그룹은 2013년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3000억원 규모의 1차 자구안을 마련했다. 현대로지스틱스를 비롯해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현대그룹은 지난 2월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 사재 출연을 포함한 2차 자구계획을 발표하며 회생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3월에는 현대상선과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이 체결됐다. 현대그룹은 지난 5월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로 매각하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그룹 차원의 자구노력으로 법정관리 직전까지 내몰렸던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까지 완료했다.

현대상선은 살아났지만 그룹 품에서는 떠나게 됐다. 앞서 현대증권까지 계열분리되면서 지난해 기준 12조2820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현대그룹은 2조원대 자산의 중견기업이 됐다. 다음달 중으로 공식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아, 옛날이여”

현대그룹은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도입 당시만 해도 명실상부한 재계 1위 그룹이었다. 이후 13년간 재계서열 1위 자리는 현대그룹이 독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부터 현대그룹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고 불린 형제 간 갈등을 거치며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그룹과 갈라섰다. 정몽헌 회장은 현대증권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을 맡았다.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은 2001년 채권단 관리를 받은 뒤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됐다. 현대그룹은 2001년 삼성그룹에 재계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2002년 현대중공업까지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현대그룹의 순위는 8위까지 밀려났고, 2003년에는 15위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순위는 29위였다. 반면 2001년 서열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3년 만인 2004년 3위로 올라섰고 2005년부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으로=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아산이 사업을 이어가며 정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그룹의 적통성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그러나 올 들어 현대아산 경영 악화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고, 결국 그룹 체제를 재편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크기는 대폭 줄었지만 수익 구조는 탄탄하다는 게 현대그룹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현대그룹의 남은 계열사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10여개다. 이 중 가장 큰 회사는 현대엘리베이터다.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제조 업체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487억원, 영업이익 156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 ‘알짜회사’로 불린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현대유엔아이는 2010년 이후 매년 1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현대아산의 경우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국내 건설·토목 분야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꾸준히 수익을 내는 현대엘리베이터와 그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노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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