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한 달'..글로벌시장은 충격 회복, 영국은 여진 지속

이상은 입력 2016. 7. 24. 18:02 수정 2016. 7. 2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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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브렉시트 후 급락했던 증시 반등..미국 다우·S&P 500 '사상 최고치' 엔화가치, 99엔서 106엔대로 복귀..영국, 부동산가격·파운드화 하락 글로벌 금융사, 본부 이전 검토..EU와 '패스포팅 권리' 협상 관건 EU 도미노 탈퇴 가능성 약화 헝가리·체코 "탈퇴, 투표 안할 것"..이탈리아·프랑스 등은 불씨 남아 세계 각국 정치적 균형 '흔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되면 글로벌 공조체제 더 약화될수도

[ 이상은 기자 ]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결정한 뒤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23일 투표 결과 예상을 뒤엎고 탈퇴가 우세(51.9%)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파운드화 가치가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00엔 아래로 내려가는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이 혼란은 생각보다 금세 진정됐다.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본적으로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위험자산 투매 현상을 진정시켰다. 어차피 이것은 장기전이다. 영국이 탈퇴 신청을 언제 할지도 알 수 없고, 협상 결과에 따라선 생각보다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인물이고 독일·프랑스 등과도 우호적으로 대화할 것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시장은 불안과 우려, 기대가 섞인 채 영국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한 달간의 변화를 분야별로 짚어봤다.

(1) 충격 극복한 글로벌 금융시장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안전자산으로 급히 달려간 시장은 다시 위험자산 쪽으로 돌아섰다. 영국 FTSE100지수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 5800까지 급락했지만, 파운드화 약세가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지금은 6731까지 15% 넘게 뛰어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200여곳의 기업가치(약 2조1900억파운드)는 투표 전보다 오히려 10% 증가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급락했던 독일·프랑스 등의 증시도 거의 원상복구했다.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거듭했다.

달러당 99엔까지 급등했던 엔화가치는 브렉시트 투표 전 수준인 106엔대로 돌아갔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 11~15일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규모는 2013년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국제금융협회(IIF)는 전했다. 한국에서도 영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됐지만 지난 4주간 증시에 23억23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국제금융센터 집계)됐다.

브렉시트가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과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 할 것이라는 계산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검토 시기가 6~7월에서 9월 이후로 늦춰진 것도 한몫했다. 반면 유로화·파운드화 가치는 별로 회복되지 않았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14달러 수준에서 1.09달러로 약 4%,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50달러 수준에서 1.3109달러로 약 12.6% 떨어졌다.

(2)뒤숭숭한 영국 금융가

브렉시트 결정으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여겨졌던 영국 금융가는 뒤숭숭한 상태다. 부동산 가격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 투자자가 일부 부동산 펀드에서 돈을 빼가는 바람에 충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파장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18일에는 미국 웰스파고가 유럽본부로 쓰겠다며 영국 런던의 11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브렉시트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글로벌 금융회사는 런던에서 다른 지역으로 유럽본부를 옮겨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등이 검토 대상이다.

제일 문제되는 것은 이른바 EU의 ‘패스포팅’ 권리다. 한 국가에서 설립인가를 받으면 EU 내 다른 국가에 지점을 개설할 때 별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제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EU에서 패스포팅 권리를 이용하는 기업의 76%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패스포팅 권리를 지킬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영국 금융가에)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스포팅 권리를 확보하고 EU의 각종 규제에서 풀려나면 오히려 득(得)이 클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런던의 기업들을 유치하려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이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3) 영국 경제주체 심리는 위축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로 긍정적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올해 1.7%, 내년 1.3%로 각각 0.2%포인트, 0.9%포인트 떨어뜨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마킷은 22일 영국의 이달 구매관리자지수(서비스업·제조업 통합 PMI)가 2009년 4월 이래 최저치(47.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달(52.4)보다 크게 떨어졌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킷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사는 3분기 영국 경제성장이 0.4%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의 흑자 재정 목표를 사실상 폐기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위축된 기업들의 심리를 회복하려면 재정건전성 목표치에 집착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다음달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 수혜를 보는 곳도 나타났다. FT는 브렉시트 투표 후 파운드화 급락으로 영국의 밀 생산자들이 수출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하는 등 영국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생기고 있다.

(4) EU 추가 탈퇴 가능성도

브렉시트 결정이 일시적으로나마 세계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이유는 EU 회원국의 추가 탈퇴 움직임이 현실화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스템까지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전체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존인 스페인이 지난달 26일 열린 재총선에서 EU 탈퇴 가능성을 주장한 연합 포데모스 정당이 크게 의석 수를 늘리지 못하면서 ‘EU 탈퇴의 불길’이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가 각각 “EU 탈퇴 국민투표는 없다”고 못박았다.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당장 오는 10월 이탈리아가 개헌을 두고 국민투표를 하는데, 여기서 현 정부가 지면 마테오 렌치 총리가 물러나고 EU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당이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 오스트리아도 10월2일 EU의 난민할당제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치른다. 같은 날 열리는 대통령 재선거에서 지난 5월 1위와 불과 0.6%포인트 차로 진 극우 성향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후보가 당선되면 영국처럼 EU 탈퇴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극우전선 대표도 내년 대선 결선 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5)서방의 공조체제, 흔들릴 수도

브렉시트를 냉전 후 세계 각국이 구축해 놓은 정치적 균형이 흔들리는 ‘조짐’의 하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가 브렉시트 결정을 촉구하고, 환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꾸준히 EU 친화적 정책을 펼쳐온 터키가 쿠데타를 계기로 이슬람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터키는 최근 러시아와도 전보다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공격받아도 바로 반격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서방의 공조 체제에는 위협이다. 브렉시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수록 이런 불안요인은 더 자극받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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