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끝난 최향남 '감독대행'의 도전

김효경 2016. 7. 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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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남(45·글로벌선진학교 감독대행)

아쉽네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잘 하지 않았습니까."강원고-글로벌선진학교의 제5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2회전이 열린 24일 서울 목동야구장. '풍운아' 최향남(45)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나선 첫 전국대회에서 '1승'에 만족한 채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최향남은 '도전자'다. 프로야구 해태와 LG, KIA, 롯데를 거친 그는 미국으로 떠나 클리블랜드와 세인트루이스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나이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포기란 없었다. 일본 독립리그와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행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에는 '개척자'가 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세미프로리그 팀인 다이빙 덕스에 입단한 것이다. 최향남은 우리 나이 마흔다섯 살임에도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준우승을 이끌었고,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그런 그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이다. 그는 지난 1월부터 경북 문경에 있는 글로벌선진학교 고등부 야구부에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식 지도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수 학부모들은 그를 '최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 전에도 인스트럭터 형식으로 가끔 글로벌선진학교 학생들을 도와준 적이 있지만 함께 가르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몸을 만들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최향남은 "LG에서 한솥밥을 먹던 김혁섭 전 감독의 부탁으로 시작했다. 유럽은 다시 가지 않겠지만 몸은 계속 잘 만들고 있다. 배팅볼도 내가 다 던져준다"고 웃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프로 시절처럼 탄탄해 보였다.

최향남이 글로벌선진학교을 돕게 된 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방침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기숙학교인 글로벌선진학교는 영어 교육에 중점을 둬 해외 대학 진학에 초점을 둔 학교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이나 학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야구부 활동을 할 수 없다. 최향남은 "김혁섭 감독의 부탁도 부탁이지만 취지가 너무 좋았다. 아이티에서 재능기부를 하려는 생각이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나 스스로도 배울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선진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전학생을 받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훈련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2014년 첫 공식전이었던 대통령배에서는 서울고에 0-10 콜드게임패를 당했고, 지난해에도 7전7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강팀들이 많은 주말리그 경상권에서 접전을 펼치며 1승을 거뒀다. 대통령배를 앞두고는 악재도 겪었다. 대회 직전 김혁섭 감독이 그만둬 졸지에 최진택·한국일 코치와 최향남이 '감독대행' 역할까지 맡은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최향남이 선수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했다.

보람은 있었다. 최향남은 더그아웃에서도 들어갈 수 없어 뒤에서 지시를 해야했지만 지난 20일 1회전에서 백송고를 상대로 10-0 완승을 거뒀다.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상승세를 탄 글로벌선진학교는 2회전에서도 선전을 펼쳤지만 강원고에 3-7로 무릎꿇고 말았다. 선수들의 눈물을 지켜본 최향남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는데 결과가 나지 않아 아쉽다"면서 "이런 시스템의 야구부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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