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함은 더 많은 불리함을 부른다

안영준 2016. 7. 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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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함은 더 많은 불리함을 부른다



(베스트 일레븐=상주)

▲ 불리한 상황은 더 많은 불리함을 부른다

전반적 힘의 균형이 팽팽한 상황이라고 전제할 때, 지고 있는 팀이 승부를 뒤집어 이길 확률보다는 그대로 지고 말 가능성이 훨씬 크다. 더군다나 상대 팀보다 한 명이 모자란 채로 뛴다면 더 그렇다. 같은 11대11로 싸워도 쉽지 않은데, 수적 불리함까지 안고 있으니 당연하다.

지고 있는 팀이 역전승을 거둔다거나 한 명이 적음에도 이겼던 경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건, 그럴 확률이 낮았던 걸 뒤집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고 있는 상황과 숫자 열세가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시에 덮쳤다면 더욱 그렇다. 불리한 상황조차도 모두 극복한다면야 바랄 게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불리한 상황은 점점 더 많은 불리함을 부르는 탓이다.

23일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렸던 상주 상무와 광주 FC의 경기서 0-4로 대패했던 상주는 불리한 상황으로 시작한 경기가 주는 한계를 여실히 느껴야만 했다. 상주는 전반 4분 만에 선제 실점했고, 전반 25분 김오규에게 경고 카드 두 장이 몰리는 불운한 일이 발생했다.

이는 상주로선 가장 생각하기 싫었던 시나리오였다. 조진호 상주 감독이 경기 전 “오늘은 스리 백으로 가려고 한다. 먼저 골을 허용하면 경기 도중 포 백으로 바꿔야 한다. 절대로 초반 실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상대의 터프한 경기 운영에 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 두 가지가 경기 시작부터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상주는 스리 백이 크게 문제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골을 내주며 포백으로 다급히 바꿔야만 했고, 김오규의 퇴장 역시 이미 다소 늦은 상황서 굳이 거칠게 대응하지 않았어도 되는 아쉬운 경고였기 때문이다.

상주는 변화를 줬다. 후반 중반 이후 특급 조커로 투입하려던 황일수와 박준태를 하프 타임 동시에 투입하며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모험에 나섰다. 만약 이게 효과를 봤다면 우리가 종종 보는 ‘10명이 일군 기적적 승리’와 같은 헤드라인을 만날 수 있다.


▲ 나의 불리는 적의 유리기 때문

그러나 이는 쉬운 게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 명 많은 광주 역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날 광주는 승리할 자격이 충분한 대단한 경기를 펼쳤다.

광주는 한 명이 부족한 데서 오는 공간과 뒤쳐진 스코어를 만회하려는 조바심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전반 내내 지치지 않은 체력과 투혼으로 상주의 2선을 완전히 봉쇄했던 광주는 후반전부터는 이 같은 체력을 대단히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나누기까지 했다.

광주는 후반 중반 정조국을 투입하며 적은 숫자로도 효과적 역습을 이어갔고, 갈 길 바쁜 상주는 여기에 신경 쓰느라 반격 의지를 공격에 온전히 담지 못했다. 광주는 이를 통해 수비 상황서 큰 손실 없이 숫자 우위를 활용한 방어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서 체력이 모인 파비오와 여름 등이 다시 2선을 잡는 선순환이 반복됐다. 경기 후 남기일 광주 감독이 “모든 게 계획대로 이어졌다. ‘집 나갔던 운’이 되돌아왔다”라고 말한 이유는 여기서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광주가 체력적 손실이 없자, 뒤 공간을 빠르게 침투하는 능력이 탁월한 상주의 승부수 역시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교체 들어온 두 선수는 의욕적으로 움직이며 광주를 압박해보려 했으나 이럴수록 두 팀의 체력 차이만 더 벌어질 뿐이었다. 동시에 광주의 견고한 수비는 더 효과적 역습을 준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아껴뒀던 두 카드를 계획보다 일찍 꺼낼 수밖에 없던 것도 처음 상주의 불리함을 점점 더 불리하게 만든 셈이다.

상주는 초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제 살을 깎을 수밖에 없는 다소 무리한 방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더 큰 실점을 부를 수도 있는 상황이란 것을 알지만, 언급했듯 패배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소 스코어에 사관없이 공격 축구의 색을 잃지 않았던 상주인 만큼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일찍부터 생긴 불균형은 극복이 쉽지 않았다. 0-2으로 벌어지며 심리적 격차가 더욱 커진 뒤에는 더 그랬다.

결국 상주는 초반 일찌감치 불리한 패를 받아든 상황서, 이 불리함을 자신의 유리함으로 잘 바꿀 줄 알았던 광주의 노련한 전략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나도 4-0이라는 큰 스코어 차 승리를 예상하지는 못했다”라던 남 감독의 말처럼, 꽤나 의외의 결과다. 큰 균열이 났다. 2위를 노리려던 상주가 최근 네 경기서 승이 없던(2무 2패) 광주에 0-4 완패를 당했다.

불리한 상황은, 그걸 뒤집는 기적보다는 계속해서 불리한 조건이 쏟아지는 더 큰 불리함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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