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계곡 불법 평상 여전..단속 안하나 못하나?
-여름 휴가철 되면서 계곡 근처 불법 평상 다시 성행
-일부 음식점 계곡 사유화해 돈벌이 하지만 단속은 미미
-전문가 "적절한 행정적 조치와 캠페인 등 인식개선 유도해야"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일반 계곡을 생각하고 왔는데 온통 음식점들로 막혀 내려가는 길이 없어요.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려면 조금 비싸도 음식점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23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 계곡에서 만난 박승희(29·여)씨는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모처럼 주말을 맞아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지만 길 따라 흐르는 계곡 주변으로 음식점이 이어져 내려가는 길을 못 찾고 한참을 헤맸다고 했다. 박씨는 "오늘 처음 와서 이런 곳인 줄 미처 몰랐다"며 "점심을 먹고 왔는데 계곡에 들어가려면 한 끼를 더 먹어야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계곡 근처에 평상을 설치하고 자릿세 명목으로 바가지요금을 씌어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계곡을 사유화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지만 단속은 사실상 미미하다.
실제 우이동 계곡의 경우 물이나 그늘이 있는 곳 주변에는 어김없이 음식점에서 설치한 평상이 들어서 있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도중 양 옆으로 계곡이 보였지만 이곳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음식점 입구를 통해야만 해서 일반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됐다.
이날도 두 명의 중년 여성이 음식점을 통하지 않고 울타리를 넘어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직원에 의해 제지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광객 조모(46·여)씨는 "많은 계곡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둘이 음식을 시켜먹으면 기본 6~7만원 이상이라 가격에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주머니가 얇은 학생은 더욱 부담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히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한 바퀴 둘러보고 그냥 갈 생각"이라고 했다.
현행법 상 계곡과 같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는 관할구청에서 허가받지 않은 평상 등 가설물이나 건축물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불법행위는 매 여름철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여름철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에서 단속된 불법 건수만 2014년 42건, 2015년 27건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면 계곡에 평상을 깔고 불법 영업을 많이 한다"며 "올해도 우이동 계곡에서 1건을 단속했다"고 했다.
이에 음식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음식점 직원은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이 되기 전부터 사유지였던 곳이 많다"며 "그런 부분을 보상해 주지 않고 계곡 자릿세를 받는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했다.
음식점에서 주차 관리를 도와주던 남성은 "계곡은 주인이 없어도 주변 땅이 사유지니까 계곡으로 들어가려면 음식점을 거쳐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다른 음식점 주인도 "계곡 주변에 불법 평상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주인 입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구청도 문제점은 인식하지만 이런 행태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힘들다는 입장이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계곡에서 일어나는 바가지요금, 불법 평상 설치 등은 소관부서가 각각 다르고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또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라 단속이 힘들다"고 했다.
이석호 한국방송통신대 관광학과 교수는 "서울시와 구청 등 관리 주체들의 적절한 행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만 국내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며 "계곡 바가지요금 등을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문화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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