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르포]10대 총기난사로 충격에 빠진 독일, "정신질환자 범행이 더 공포"

뮌헨 | 정동식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입력 2016. 7. 24. 10:13 수정 2016. 7.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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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뮌헨의 올림피아 아인카우프스젠트룸 전철역 부근 맥도날드 매장 앞에 23일(현지시간) 취재진과 추모객들이 몰려 있다. 전날 이 곳에서 18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독일 뮌헨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3일(현지 시간) 유럽 언론들은 일제히 “독일도 뚫렸다”는 기사들을 실었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2005년 영국 런던, 2011년 노르웨이, 지난해 프랑스 파리와 올해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니스가 줄줄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나 극우파의 공격을 당했지만 독일은 무사했다. 하지만 이제 유럽에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독일로서는 1972년 뮌헨 올림픽 ‘검은 9월단’ 테러 이래로 40여년만에 최악의 사태를 맞은 셈이다.

뮌헨 총격범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과는 관계 없는 10대 소년으로 드러났으나,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 패스트푸드점과 쇼핑센터라는 ‘소프트타깃’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사건이 벌어진 모자흐 지역은 도심에서 벗어난 조용한 주택가였으며, 사망자 9명 중 7명이 10대들이었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올림피아 쇼핑센터는 23일 폐쇄된 채 텅 비어 있었다. 뮌헨|정동식 특파원

범인은 맥도날드 점포와 새턴 자동차영업점 앞, 올림피아 쇼핑센터 3곳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총격이 일어난 곳들과 인근 올림피아 아인카우프스젠트룸 지하철역에서는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았다. 대형 상가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올림피아 쇼핑센터 입구의 ‘위머’라는 빵집에는 진열장 안의 빵들이 헝클어진 채였고, ‘필립스’ 카페에는 설거지 그릇들이 수북해 전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줬다.

라라 로손옐로는 사건 당시 현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갑작스런 총성과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며 “2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이런 악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기난사가 일어난 뮌헨의 올림피아 쇼핑센터 부근 올림피아 아인카우프스젠트룸 지하철철역에서 경찰들이 23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총격이 벌어진 곳들 앞에는 가림막이 처져 있었고 추모객들이 놓고간 꽃과 사진, 엽서가 쌓여 있었다. 비 내리는 저녁에도 500여명의 추모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어서 부모와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실신하는 여성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온 시난 쾰릭은 “이 맥도날드와 쇼핑센터는 금요일 저녁이면 즐겨 찾던 곳”이라면서 “우리가 현장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버지니아 시디파카스는 “친한 친구가 사건 당시 맥도날드에 있었으나 무사했고, 남자 친구의 친척 1명은 사망했다”면서 “뮌헨은 항상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피아 쇼핑센터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 23일 시민들이 빗속에서도 꽃다발과 양초들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인종과 종교를 탓하며 비난하는 이들은 없었다. 숨진 이들은 코소보계가 3명, 터키계가 3명, 그리스계가 1명이었다. 맥도날드 옆 추모소에는 희생된 터키와 알바니아인들을 기리기 위해 두 나라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범인이 테러조직원이 아니었다는 점,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도 한 요인인 듯 했다.

주민들은 이런 일탈된 개인의 공격은 더 막기 어렵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크리스토퍼라는 남성은 “희생자 가족과 친구들에겐 범인이 누구인지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가 잠재적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어린 아이가 23일 뮌헨의 총기난사 현장 주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들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뮌헨|정동식 통신원

독일 남부에서는 지난 18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18세 소년이 흉기를 휘둘려 4명이 다쳤다. 바바리아주 내무장관 요아힘 헤르만은 일간 벨트암존탁에 “우리는 지금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집권 기독민주연합(CDU) 내에서는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낡은 대테러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도 “치명적인 무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한 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까닭에 정치권의 대응이나 언론 보도는 아직까지는 매우 신중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결국은 이주민, 난민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뮌헨의 한 숙박업소 주인은 “주민들은 이곳이 평소 안전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열차 흉기난동과 이번 사건의 범인 모두 이민자 출신이어서, 이민 반대 정서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뮌헨 | 정동식 통신원(전 경향신문 기자) dos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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