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아름답지만..철새도래지 점령 蓮 확산에 속수무책
창원 주남저수지 수면 15% 덮어…어민 "다른 식물 성장 방해 깡패식물"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수생식물로 아름다운 꽃이 피는 연(蓮)은 인기가 많다.
몇몇 지자체는 일부러 연꽃단지를 만들어 노랑·분홍 꽃이 만발할 때쯤 축제를 열 정도로 연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몇년 사이 주남저수지 생태계를 교란시킬 정도로 연이 급격하게 번져 시가 제거작업에 나설 정도다.
창원시가 용역을 줘 조사한 올해 주남저수지 연 군락 면적은 64만7천500㎡에 달했다.
주남저수시 수면 14.9%를 연이 뒤덮었다.
저수지 가장자리 대부분과 가운데 수면에까지 연 군락이 고구마 줄기마냥 퍼졌다.
주남저수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철새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수면에 녹색 융단이 깔린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단일 식물로는 저수지에서 최대 군락을 형성했다.
지난해에는 연 군락 면적이 55만4천㎡(11.5%), 2013년에는 34만2천㎡(7%)에 달했다.
매년 연이 수면을 덮는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주남저수지 담당은 "최근 몇년간 연이 확산 추세지만 올해는 전파력이 상당이 높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 자체가 유해식물은 아니다.
그러나 군락이 워낙 넓다보니 국내 최대규모의 내륙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생물 다양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지역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잎이 넓은 연이 군락을 이뤄 촘촘히 자라 햇빛을 막아 다른 식물의 성장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들은 옛날에는 주남저수지에 연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연이 주남저수지를 점령했다.
2대째 주남저수지에서 고기를 잡는 김산 동읍 내수면 어업계 어촌계장은 연을 다른 수생식물을 죽이면서 자라는 '깡패식물'이라고 불렀다.
환경단체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연이 웃자라 햇빛을 막으면서 다른 식물을 죽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볼 때는 좋은데 연이 자라는 곳에는 햇빛이 들이 않아 식물도 죽고 물 색깔이 틀려요. 물이 탁한지 물고기도 연이 있는 곳에는 잘 안들어가데요"
김산 어촌계장을 비롯한 동읍에서 고기를 잡는 어민들은 창원시 지원을 받아 아침마다 배를 타고 연 제거 작업을 한다.
배 밑바닥에 와이어를 설치해 배가 이동하면서 줄기를 자르는 방식이다.
김산 어촌계장은 "배 8척이 일주일에 두번씩 연 제거작업을 하는데 제거속도보다 확산속도가 훨씬 빨라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시와 주민들은 연 확산 이유로 주남저수지 수심이 낮아진 것을 꼽았다.
수심이 2m 정도는 돼야 하는데 현재 주남저수지 수심은 1.2m에 불과해 밑바닥에서 줄기가 올라오는 연이 자라기에 딱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김산 어촌계장은 "주남저수지 준설을 그동안 거의 하지 않았다"며 "높아진 바닥때문에 수심이 낮아져 연 서식에 안성마춤인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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