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간 연장②] 증시 '30분 연장' 효과는?.. "하루 7000억대 거래 늘어" VS "반짝 증가일뿐"

강세훈 2016. 7. 24. 0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활성화 이후 첫 거래시간 변경
'거래증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근무시간만 늘어" 반대도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16년 동안 유지돼 온 9시 개장, 3시 폐장 투자문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코스닥 등 주식시장 폐장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오는 8월 1일부터 주식시장 매매거래시간이 오전 9시 개장, 오후 3시 30분 폐장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중화권 거래시장과 중첩되는 시간을 늘려 아시아 내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목표대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증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거래 분산 효과만 있을 뿐 실제 거래 증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오고 있다. 되레 증권 종사자들의 근무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 4시간→5시간→6시간→6시간30분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의 거래시간은 몇 번의 조정을 거쳐 늘어났다. 주식매매 거래가 시작된 지난 1956년 3월에는 거래시간이 4시간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오전장과 오후장으로 나눠 거래가 이뤄졌다. 오전 9시 30분에 개장해 11시30분에 마친뒤, 오후 1시30분에 다시 열려 3시30분에 마감했다.

그러다가 1986년 4월에 20분이 늘어 4시간20분 동안 거래됐다가 이듬해인 1987년 3월 다시 20분이 줄었들었다.

사실상 40년 간 유지돼 온 4시간 거래제도가 사라진 것은 1998년이다. 1998년 12월 오전장이 앞뒤로 30분 씩 늘어나 거래시간은 5시간으로 바뀌었다.

2000년 5월엔 점심휴장을 폐지하면서 지금의 6시간 제도로 바뀌었다. 그렇게 16년 동안 유지된 6시간 거래시간은 또 한번 30분 연장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 30분 연장 효과로 거래량 3~8% 증가 기대

한국거래소는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기회가 늘어나 증시 유동성이 확대되고 해외 증시와의 시차를 줄여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접근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보다 3∼8% 수준의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거래소 측은 예상하고 있다.

작년 코스피와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8조9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거래 시간이 30분 연장되면 산술적으로 늘어나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500억원이다.

하나금융투자 차인환 연구원은 "최근 일 평균 증시 거래대금 8조3000억원을 적용하면 일별 6900억원의 거래대금 증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거래시간 변경 때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게 이같은 예상의 근거다.

1998년 12월 거래시간 연장 전후 1년간 하루 평균 거래량이 86만 주에서 278만 주로 220% 증가했고, 2000년 5월 거래시간 연장 전후 1년 동안에도 하루 평균 거래량이 284만 주에서 372만 주로 31% 늘었다.

하지만 16~18년 전에는 주식거래 환경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엔 증권 객장이나 전화 주문이 주를 이뤘고, 2000년을 기점으로 인터넷이 보급이 확산되면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출범한 것도 그 해다.

즉 HTS 보급 이후 처음으로 거래시간이 연장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16~18년 전에 비해 거래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 객장이 주를 이룬 시기에는 거래시간 연장이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매매를 하고 있어 당시 만큼의 증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이전 1시간 연장의 두 시기가 시간과 장소 제약을 덜 받는 온라인 매매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이번 비례적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한다는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HTS가 활성화된 지금은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 분산 효과가 있을 뿐 실제 거래증가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근무시간만 늘어" 반대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거래 증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거래시간 연장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거래시간 연장은 투자자의 편의 향상은 맞지만 그 이상의 동인은 되지 못한다"며 "이론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대금이 증가할 수 있으나 이것이 투자자로 하여금 주식거래를 증가시키는 필수조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거래량 증가는 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경기나 기업 펀더멘털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거래시간 조정이 증시 활성화 대책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원인을 거래량 부진이 아닌 증시 기초 체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트레이드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거래대금 부진이 거래시간 부족 보다는 증시 방향성 부재와 자금의 단기 부동화 지속 등의 요인이 크다"며 "시간 연장으로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도 "거래량 증가와 지수 상승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거래가 극히 부진한 상황이라면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거래량 증가가) 가능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거래가 늘어난다고 지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거래대금 규모는 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업무시간만 늘어나는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은 장기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며 "결국 증권노동자의 근로여건 악화만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 중국·홍콩 연계 효과, 약일까 독일까

거래시간을 30분을 연장하는 것은 우리와 경제 교류가 활발한 중국·홍콩 증시와의 동시 거래 시간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중국 증시는 오후 4시에, 홍콩 증시는 오후 5시에 마감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발생하는 경제 상황이 한국 증시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발행하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상장지수펀드(EFT) 등 관련 상품들도 실제 중국 시장 흐름과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중국 증시와 동시 거래 시간이 길어지면 지수에 정보 반영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게 거래소의 판단이다.

한국거래소 이용국 상무는 "미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을 때는 장 시작 시점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중국 시장의 영향도가 미국보다 높아지면서 장 종료 시점이 더욱 중요해 졌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중화권 시장과 맞추기 위해 추가로 30분을 더 늘려 4시에 폐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변동성이 워낙 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급등락이 유난히 잦은 중국 증시가 널뛰기를 하면 국내증시는 지금보다 투기적 성격이 강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국내증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잇따라 중국의 폭락 사태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 증시는 동적·정적 변동성완화장치 등 일시적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수 있는 시장·종목 차원의 가격안정화장치가 도입돼 있다"며 "시장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중화권 정보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