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한달]EU기업들 부분 타격 속 공장 이전도 추진

박정규 2016. 7.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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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소비 위축이나 환율 영향 등에 대해 중장기적인 대책 고려해야"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줬지만 투표 이후 한 달을 맞은 현재 상황은 당시 우려보다는 빠른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실물경제에 받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영국시장의 경우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지 진출이 활발한 EU기업들의 타격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유럽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현지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장기적인 여파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도 지난 한 달간 큰 움직임은 없는 분위기이지만 환율 여파 등으로 인한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24일 코트라(KOTRA) 영국 및 EU 현지 무역관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직후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주가가 장중 7∼11% 하락하고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크게 폭락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 주가는 브렉시트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경우에도 소폭의 약세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EU 국가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소비심리 위축 등 실질적인 영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독일 소비자지수는 10.1에서 9.8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고 지난달 프랑스 소비자지수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97을 기록했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각국 정부 및 기관들도 EU 탈퇴 도미노현상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대체로 EU 회원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영국에서는 소비시장에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현지 시장조사기업의 조사에서 이달 영국의 소비자지수가 전월 대비 8포인트 하락한 -9로 나타나 지난 21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별로도 눈에 띌 만한 영향이 아직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과 이달 중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기업들은 대체로 향후 영국과 EU의 협상 추이를 보면서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EU국가 기업들의 경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영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을 위주로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경우 영국에 수출하는 규모는 43억유로 정도로 대(對)영국 총 수출의 13.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 자동차시장에서 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 내에 생산공장이 없는 푸조시트로엥(PSA)의 경우 파운드화 하락 등으로 영국 내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르노 역시 영국 내에서 4.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의 경우 농식품·화장품 등의 산업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농식품의 영국 수출규모는 54억유로로 대영 총 수출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와인 및 유제품 등을 위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수출규모는 41억유로로 대영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향수·화장품 역시 영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영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동차·화학·기계분야 등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완성차기업인 BMW를 비롯해 자동차부품기업인 보쉬, 전력기업 에온(E.ON), 보험사 알리안츠, 유통업체 알디(Aldi), 리들(Lidl), 관광기업 TUI트래블 등 대영 투자 규모가 큰 기업들이 부정적 영향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에 본사를 둔 보다폰은 독일 뒤셀도르프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프랑스 기업 중 영국에 생산공장을 둔 에어버스그룹은 향후 영국 웨일즈의 일부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코트라 파리무역관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하락에 따라 영국에 수출하는 프랑스 기업들은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가격 재조정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있다고 한다"며 "영국 내 가격경쟁력 상실로 판매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아직 장기적으로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코트라 유럽지역본부가 7월 유럽 진출 지·상사 및 바이어, 수출기업 등을 대상으로 대응전략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가 '동향 파악 후 추후 수립 계획'이라고 응답했고 11%만 '현재 대응 마련 중'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유럽본부를 영국에 둔 일부 국내기업의 경우 프랑스나 독일 등으로 본부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 지사들이 철수하는 경우 등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일부 현지전략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은 나타나는 모습이다. 타이어업체 A사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진 영국 수출규모는 줄이는 대신 다른 유럽시장 및 중동, 아시아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자업체 B사는 불필요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현지 판매망 유지 및 세일즈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정유업체 C사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오래 걸릴 경우 수입처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은 소비 위축이나 환율 영향 등에 대해 중장기적인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관계기관의 조언이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관계자는 "영국의 소비심리 및 설비투자 위축, 영국에 대한 투자 유보, 파운드화 약세에 따르는 수입물가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EU 역내 바이어의 영국 외 수입선 전환이나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대응전략, 유럽시장 점유율 변화 추이 등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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