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삼시세끼'는 어쩌다 오리에게 예능을 맡겼나

입력 2016. 7. 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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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연예의 법칙] ‘삼시세끼’는 어쩌다 오리에게 예능을 맡겼나

tvN '삼시세끼 고창편'의 예능 담당은 오리다. 사람 중에서는 멤버 유해진이 특유의 혼잣말과 친화력으로 프로그램의 기둥 역할을 한다. 어쩌다 '삼시세끼'는 오리에게 재미를 맡기게 됐을까.

'삼시세끼'는 한 공간에 모여 세 끼를 해먹는 모습을 담아내는 나영석PD의 예능프로그램이다. 이번 고창 편은 만재도에서 어촌살이를 했던 멤버 차승원·유해진·손호준이 농사에 도전하고 여기에 배우 남주혁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는 변화를 꾀했다. 먹고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는 구성에 약간의 변주를 준 것이다.

고창 편은 이전 '삼시세끼' 시즌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10%대 이상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과 경쟁한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과거의 영광보다는 무색무취하다는 평가가 더 정확해 보인다. 소소하게 피식할 수 있었던 '삼시세끼'만의 매력도 점점 줄어들었다.

나영석 PD의 말대로 '삼시세끼'는 일상성에 기반을 둔 별 것 없는 콘텐츠다. 문제는 멤버들끼리의 말수가 줄어들자 화면은 자연의 소리와 오리들의 울음으로 채워지고 '삼시세끼'는 먹방도 동물 방송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으로 장면을 나열한다는 데 있다. 앞서 수수밭을 베며 분노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던 노예들은 온데간데없다.

이처럼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예능을 담당하는 건 오리 떼다. 알에서 부화한 후 맹활약 중인 오리들은 멤버들과 티격태격하는 케미를 형성한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오리를 철저히 의인화해 웃음을 자아낸다. 고창하우스에 사는 동물이 아닌 형들에게 장난을 거는 막내 동생 같다. 네 명의 멤버보다 오리의 잔상이 더 많이 남는다. 앞서 산체와 벌이가 멤버들과 함께 할 때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던 것과 달리 오리들은 온전히 스스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나마 유해진이 있어 '삼시세끼'에선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오리, 멤버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유해진 특유의 아재 개그는 고창하우스의 유일한 재미다. 남주혁은 유해진표 아재 개그의 수제자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어리바리한 막내의 귀여움으로 '삼시세끼'에 적응 중이다. 하지만 남주혁에게 막내 자리를 내준 손호준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먹을 것 없던 만재도에서 고군분투하며 환상적인 음식을 만들어낸 안사람 차승원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고창하우스의 끼니만 챙겨줄 뿐이다. 멤버 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콘텐츠는 더 빈약해졌다.

자극적인 눈요기 없이도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게 '삼시세끼'의 경쟁력이었지만 이번 고창 편은 재미도 힐링도 없이 무미건조하다. 자막으로 만들어진 오리 떼들의 예능감만 남아 있는 게 '삼시세끼'의 현주소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사진='삼시세끼 고창편'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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