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타임머신] 공포물의 종말? '로맨스' 업고 승승장구
[MBN스타 유지훈 기자] 과거 브라운관에는 수많은 공포물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KBS2 ‘전설의 고향’, MBC ‘M’, SBS ‘어느날 갑자기’ 등이 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입맛이 변하면서 이런 공포물들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진도 시간과 정성에 비해 반응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등을 돌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동안 공포물은 영원히 시청자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최근 브라운관을 지켜보면 이 공포물이 다시 한 번 두각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공포물이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정통 공포물’이라면 이제는 로맨스 요소가 가미됐다. ‘호러 로맨스’라고 불리는 공포물의 진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2012년 ‘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
로맨스 공포물은 2012년부터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MBC ‘아랑사또전’.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뒤 기억을 잃은 귀신 아랑(신민아 분)과 귀신을 보는 까칠 사또 은오(이준기 분)의 로맨스를 담았다. 원귀, 옥황상제, 요물, 살인, 시체유기 등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KBS2 단막극에서도 로맨틱 공포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는 어느 날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문기(봉태규 분)와 처녀 귀신 연화(박신혜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단막극이기에 드라마의 호흡이 짧아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공포물이라고 하기에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로맨스와 코미디, 호러를 한 작품에 담았다는 데 있어서 의미는 크다.
◇2013년 ‘주군의 태양’
SBS ‘주군의 태양’은 인색하고 욕심 많은 유아독존 사장님 주중원(소지섭 분)과 음침하고 눈물 많은 영감 발달 여직원 태공실(공효진 분)이 무섭지만 슬픈 사연을 지닌 영혼들을 위령하는 과정을 담았다.
로맨스, 코미디, 호러를 버무렸고 방송 전부터 ‘로코믹 호러’라는 장르적인 색체를 부각시켰다. 분장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오싹한 호러 효과를 발휘했다. 귀신들은 무섭게 그려지다가도 어느 순간 귀여운 면모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여기에 반전과 미스터리 요소, 소지섭-공효진의 로맨스가 더해지며 복합장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섭게만 느껴졌던 공포물의 진화가 이뤄진 셈이었다.
◇2013년 ‘후아유’
2013년에는 ‘주군의 태양’과 더불어 tvN ‘후아유’라는 공포물도 시청자들을 찾았다. ‘후아유’는 6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영혼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시온(소이현 분)과 오직 직접 보고 만진 것만 믿는 사실우선주의 건우(택연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군의 태양’이 다소 밝은 톤이었다면 ‘후아유’는 공포감을 조성, 오싹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찰청 유실물센터에서 근무하는 주인공들은 유실물에 얽힌 영혼들을 만나 한 맺힌 사연을 듣고 그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했다. 단순한 사건의 해결을 넘어, 귀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들을 마주했다. 여기에 로맨스적인 요소가 버무려져 공포물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야경꾼일지’
2014년 방송된 MBC ‘야경꾼일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컴퓨터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호러적인 요소가 버무려져 월화극 1위로 끝을 맺었다.
‘야경꾼일지’는 고성희-정일우-정윤호의 삼각관계가 두드러졌다. 시청자들은 고성희의 짝으로 누가 어울릴지 논하며 호응하기도 했다. 적통왕자 정일우-고성희에게는 ‘무말랭이 커플’이라는 별명을, 고성희-유노윤호에게는 얼음무관 무석의 ‘빙(氷)’과 도하의 ‘하’를 합쳐 ‘빙하 커플’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호응했다.
◇2015 ‘오 나의 귀신님’
tvN은 ‘미생’ 이후 계속되는 금토드라마 부진에 시달렸다. 그리고 2015년 이 부진을 한 번에 날려줄 작품을 만나게 된다. 바로 박보영-조정석 주연의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다. 음탕한 처녀 귀신 신순애(김슬기 분)가 빙의 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박보영 분)과 자뻑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의 로맨스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빙의’라는 소재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웠다. 처녀귀신에 빙의된 박보영은 조정석에게 음탕한 눈빛을 흘리고 “나랑 한 번만 하자”고 말하는 등 발칙한 면모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조정석도 이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호응,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빙의’는 박보영-조정석의 러브라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드라마의 주된 갈등요소인 신혜선의 사고, 김슬기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었다. 악귀에 쓰인 임주환은 이 악행들을 저지르며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여기에 거부감 없는 컴퓨터 그래픽이 조화를 이뤄 명품 ‘호러 로코’로 자리 잡게 됐다.
◇2016 ‘싸우자 귀신아’
‘오나귀’를 성공시킨 tvN은 2016년 다시 한 번 비슷한 톤의 ‘싸우자 귀신아’를 선보였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싸우자 귀신아’는 귀신 보는 능력을 없애기 위해 귀신을 잡아 돈을 버는 퇴마사 박봉팔(옥택연 분)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여고생 귀신이 된 김현지(김소현 분)가 함께 귀신을 쫓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3%라는 tvN 월화드라마 첫회 최고시청률을 달성한 후 순항하고 있다.
‘오나귀’의 핵심이 빙의였다면 ‘싸우자 귀신아’는 퇴마를 전면에 내세웠다. 옥택연과 김소현은 함께 악귀들을 퇴치하고 있다. 악귀들은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더욱 부각됐다. 여기에 옥택연-김소현의 티격태격하는 러브라인은 긴장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미소 짓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싸우자 귀신아’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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