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승부조작, 넥센이 왜 '연결고리' 됐나
2012년과 올해 터진 프로야구 승부 조작 사건에는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범죄 연결 고리에 넥센이 얽혀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승부 조작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태양(NC)과 군 검찰로 넘어간 문우람(상무)은 2011년 넥센 입단 동기생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승부 조작으로 김성현·박현준이 영구 제명된 사건도 사실상 뿌리는 넥센에 있었다. 승부 조작에 유독 넥센 출신이 깊이 얽혀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일까.
◇독버섯의 뿌리는 넥센?
2012년 승부 조작으로 영구 제명될 당시의 김성현과 박현준은 모두 LG 소속이었다. 하지만 김성현이 넥센 시절이었던 2011년 4월 세 차례 승부 조작을 시도한 게 모든 사태의 시작이었다. 이후 고교 선배인 브로커의 협박에 시달린 김성현은 국제 대회를 통해 알게 된 LG 박현준과 5월에 식사를 하면서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브로커와 박현준이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김성현은 7월 말 LG로 트레이드돼 박현준과 한솥밥을 먹게 됐고, 박현준은 8월 두 경기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
올해 이태양과 문우람은 소속팀이 달랐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2011년 넥센에 함께 입단해 친분을 쌓은 사이다. 이태양은 2013년 NC로 이적했지만, 그는 문우람의 누나와 결혼을 약속할 정도로 가까웠다. 이들은 문우람이 넥센 소속으로 뛰던 2015년 브로커와 만나 승부 조작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과 2015년 모두 브로커가 넥센 선수와 만나면서 승부 조작이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혹에 취약한 넥센
승부 조작의 검은 손길은 주로 서서히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20대(代) 저연봉 선수를 노린다. 김성현과 문우람은 각각 프로 3번째 시즌을 마친 다음 브로커와 만났다. 둘 모두 가능성을 인정받은 직후였다.
야구인들은 두 승부 조작의 출발점이 넥센인 점에 대해 "브로커들이 손길을 뻗치기 좋은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넥센은 과거 현대 유니콘스에 모기업 지원이 끊기면서 탄생한 팀이다. 재정이 빈약하기 때문에 연봉 수준이 낮다. 올해도 전체 팀 연봉 총액 최하위 팀이 넥센이다. 이들은 박탈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팬을 자처하며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선물, 용돈을 주는 스폰서를 '마음의 구세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야구인 A씨는 "스폰서들은 전국구 인기가 있는 수도권 팀들을 노린다. 그중에서도 넥센 선수들에게 스폰서가 가장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B씨는 "요즘은 브로커들이 구단별 선수들의 가정환경이나 인맥, 취미까지 파악해놓고 조직적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망주 많은 게 독(毒)?
넥센의 팀 분위기가 다른 팀에 비해 자유분방하고 위계질서도 엄격하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C씨는 "다른 팀은 고참들이 어린 선수들을 관리해줄 수 있지만 넥센엔 그런 분위기가 약하다"고 했다. D씨는 "젊은 선수를 발굴해 키우는 넥센 특유의 육성 시스템이 오히려 독(毒)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실력과 지명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기 때문에 승부 조작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씨는 "막 지명도를 높여가는 젊은 선수를 모든 구단이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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