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마저.. 기댈곳 없는 조선업계
22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가 내놓은 ‘세계 조선소 모니터’ 7월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의 수주 잔량은 2508만 CGT(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도를 고려한 계수를 곱해 산출한 무게 단위)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수주 잔량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로 한국이 2004년 1월 기록한 2417만 CGT 이후 최저치다.
문제는 국내 조선소들의 일감 감소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6월 말 기준 중국과 일본의 수주 잔량은 3770만 CGT, 2210만 CGT로 각각 지난해보다 11%, 14%씩 감소한 반면 한국의 수주 잔량 감소 폭은 20%에 달했다. 세계 수주 잔량은 같은 기간 12% 줄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조선시장에서 발주된 물량은 224척(630만 CGT)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6% 줄었고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 중 13%인 27척(80만 CGT)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685만 CGT를 확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88%나 급감한 수치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공기업과 선사들의 발주에 힘입어 한국보다 수주물량을 더 많이 가져갔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의 38%인 240만 CGT를 수주했다. 클라크슨은 “중국 조선소들의 상반기 수주 성과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이 발주한 30척을 수주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현대중공업이 6월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하기도 했으나 국내 선사와 체결한 계약은 총 수주의 29%에 불과하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자국 물량이 있어서 수주 가뭄을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국내 해운업계는 극심한 불황으로 발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가 노조 반발로 자구계획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1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파업은 빨리 회사 문을 닫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를 겨냥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6일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시키고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아직 파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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