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별세]'LG카드 M&A' 이끈 신한금융 맏형

윤홍우 기자 2016. 7. 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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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사태' 때 은행장 깜짝 발탁, 안정된 리더십으로 조직 다잡아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혈액암 투병 중이던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22일 오전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6세. 저돌적인 전략가로 지금의 리딩뱅크 신한금융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인물이다.

대구 계성고등학교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서 전 행장은 서울신탁은행을 거쳐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본점에서는 기획조사부와 인사부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고 신한은행의 격변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초 3연임이 기대되던 시점에 갑작스레 찾아온 혈액암으로 투병에 돌입했으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병세가 나아지는 듯했으나 최근 급작스럽게 다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병 중이던 그가 지난해 말 신한은행 고문으로 복귀할 당시만 해도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지난 2006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최고 전략책임자·CSO) 시절 그가 성공시킨 LG카드 인수는 신한금융의 체질을 바꾼 역사적인 인수합병(M&A)으로 평가된다. 당시 국내 M&A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7조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신한금융은 LG카드를 품에 안았다.

당시 서 전 행장 주도하에 치밀한 M&A 전략을 세운 덕분에 신한금융은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았다. LG카드와 합병한 신한카드는 부동의 업계 1위 카드사로 도약했고 이후 신한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간 가장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금융권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금융회사 간 M&A 사례로 신한금융의 LG카드 인수를 꼽고 있다. 신한금융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신한은행이 정부 공적자금을 피해간 비결도 신한카드의 수익성 때문이었다”며 “여러모로 신한금융을 살려낸 M&A”라고 평가했다.

서 전 행장은 앞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때도 신한은행 부행장으로서 통합추진위 멤버를 맡은 인사 및 전략 전문가였다.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가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CEO로서 저력을 보여준 것은 신한생명 사장 시절이다. 2007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뒤 3년 만에 신계약(월초 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을 9위에서 4위로 끌어올렸다. ROTC 출신으로 몸에 밴 맏형 리더십이 그의 매력으로 평가된다.

서 전 행장의 은행 경력에 가장 큰 분기점이 된 것은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다. 당시 지주 회장, 사장, 은행장이 동시에 퇴진하는 초유의 혼란 속에서 서 전 행장은 신한은행장에 ‘깜짝 발탁’됐다. 신한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이었고 CEO로서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이 서 전 행장 발탁의 배경이었다.

서 전 행장은 이후 짧은 시간 만에 흩어진 조직 내부를 다잡고 신한은행의 영업력을 끌어올렸다. 이후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기준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서 전 행장은 한 차례 연임에까지 성공하면서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병마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신한금융 전체는 조직의 맏형을 잃어버린 슬픔에 휩싸였다. 서 전 행장 애도식은 23일 오후5시 서울 삼성병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발인은 24일이며 장지는 경북 영천 선산이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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