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⑫ 커피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로스팅의 매력

신혜경 전 동원과학기술대 커피산업과 교수 2016. 7.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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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커피전문점마다,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마다 그 맛이 다르다. 조금의 변화에도 무궁무진한 다양함을 품어내는 신비한 녀석이다.

여러가지 요소가 커피의 향미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그린커피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어떻게 로스팅하는지에 따라,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여 추출하여 음료를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누가 전 과정을 다루는지에 따라 커피의 향미는 차이난다. 참고로, 커피업계에서는 로스팅하지 않은 커피콩을 그린커피라 부르고, 로스팅을 거친 커피콩은 원두라고 부른다.

커피의 향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그린커피이다. 그 다음으로는 로스팅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자체 로스팅을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소규모 커피 전문점이 많아졌다.

2010년 쯤, 홍대 부근과 삼청동에 밀집해 있던 자체 로스팅 시설을 갖춘 소규모의 로스터리숍들은 현재는 특정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널리 퍼져있다. 이제 “로스팅은 트렌드가 아니라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갓볶은 커피를 1주일안에 사용합니다”라는 광고문구는 커피전문점이나 TV 광고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신선한 상태의 커피를 사용하여 최상의 맛을 만들고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미국계 도넛프랜차이즈인 던킨도너츠가 2010년, 외국계 국내지사로서는 최초로 충북 음성에 로스팅 공장을 마련하였다. 스타벅스는 미국의 공장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질소충전 포장하여 배송하여 오지만, 할리스, 탐앤탐스, 이디아,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의 프랜차이즈는 자체 로스팅하고 있다.

국내의 전문 프랜차이즈업체는 250kg 이상 용량의 로스터기를 이용하여 대량으로 로스팅하였으나 최근에는 스페셜티 원두의 수요 확대로 50kg정도의 소량 로스팅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로스팅한 원두를 300백 확대한 모습(왼쪽 사진)과 80배 확대한 모습.

로스팅이란 그린커피에 열을 가하여 그린커피가 가진 성분을 열분해로 유도하여 커피의 향기와 맛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로스팅을 시작하면 곧바로 그린커피의 수분이 기화하기 시작하는데, 100℃를 넘어서면 그린커피 내부도 기화가 시작되고 수증기가 증가하여 내부의 압력이 높아진다. 160℃에 가까워지면 더 높은 압력에 의해 커피는 팽창하며 무게는 줄어든다.

170℃에서 갈변이 시작되고 195℃ 즈음 파열음을 내며 팝콘처럼 터진다. 이를 팝핑(Popping)이라 한다. 더 진행되면 진한 갈색을 띄다가 짙은 초콜릿색으로 변한다. 계속 진행되면 탄 내와 쓴 내가 나며 검은색을 띄게 되고, 2차 팝핑이 일어나면서 오일이 나오게 된다.

그린커피는 로스팅 과정의 열처리에 의하여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그린커피의 조직 구조도 변화하게 된다. 팽창과 수축의 과정을 거치고 파열과 팝핑을 통해 스펀지처럼 동굴구조를 갖게 된다. 열량을 줄여서 긴 시간 동안 로스팅하는 지와 강한 열량으로 짧은 시간 동안 로스팅하는 가에 따라 그 동굴 구조의 크기와 상태는 달라진다.

이러한 원두 조직 구조의 상태에 따라 분쇄 입자의 크기와 추출 방법을 달리하게 되고 적절한 추출도구를 선택하게 된다. 결국 추출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로스팅 정도는 색깔로도 구분할 수 있다. 청록색의 그린커피는 로스터기에 투입되면 지푸라기 냄새 같은 비릿한 냄새가 나다가 열분해가 시작되면 진하게 노랗거나 밝은 노란 색깔로 변한다.

일본에서는 로스팅한 정도에 따라 원두의 밝기를 명도값으로 구분하여 위와 같이 분류하고 있다.

단내와 신내가 올라오기 시작하다가 170℃에 도달하면 갈변이 시작되고 땅콩 냄새, 습기 머금은 신 냄새, 옥수수 구운 냄새를 낸다. 1차 팝핑을 시작하면 갈색을 띄게 되고 달콤 구수한 냄새와 함께 약간의 쓴 냄새, 톡 쏘는 식초향이 조금 올라온다.

1차 팝핑이 끝나갈 무렵에 향은 무겁게 올라오고 탁해진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2차 팝핑이 일어나는데 이때 진한 갈색으로 변하며 기름기가 밖으로 나와 코팅된다. 계속 진행되면 기름기가 뭉쳐지고, 쓴 냄새가 뚜렷해지며 본격적으로 초콜릿 향이 함께 나타난다. 이때 색은 진한 검정으로 바뀌며 쓴 맛이 아주 강해진다.

이처럼 로스팅된 원두의 색깔로 어느 정도의 향미를 짐작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실 때 한번 쯤은 사용하는 원두를 눈여겨 보자. 어느 정도의 향미를 가졌는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로스팅 정도를 강하지 않게 하는 추세이다. 그린커피 고유의 향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만 로스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벅스처럼 진하고 강하게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각 그린커피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원두가 최상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로스팅 진행과정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로스팅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 커피 로스터(로스팅 기술자)들은 볶아진 원두로 다양한 추출법을 활용하여 로스팅된 고유의 커피 향미를 잘 추출해 낼 줄도 안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커피 맛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주변의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들에서 자체의 하우스커피가 생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이다.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올해 수입된 신선한 그린커피로 최상의 맛을 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커피 애호가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골라 마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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