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스님 머리 닮아서 이름이 '까마중'?
[오마이뉴스전갑남 기자]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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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한테 지면 농사꾼이 아냐! 자나 깨나 낫하고 호미를 끼고 살아야 해!"
아버지께서는 논두렁 풀은 깎아서 소를 먹였습니다. 깎은 논둑에는 콩을 심었습니다. 콩이 무성하게 자랄 때까지 두어 차례 깎았습니다. 정말 부지런하셨습니다. 나는 그게 오늘을 사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사짓는 일은 풀과의 싸움입니다. 원수 놈의 풀입니다. 오죽하면 '돌아서면 풀'이라고 했을까요. 장마철에는 풀은 며칠이라도 한눈을 팔면 정말 몰라보게 자랍니다. 풀한테는 장마철이 살판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자전가 타다 밭둑에 눈에 익숙한 잡초가 보입니다. 농부의 손을 타지 않고 무더기로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어! 이거 땡깔 아냐?'
'땡깔'이라 불렀던 까마중입니다. 꽃도 피고 열매도 달렸습니다. 열매가 까맣게 익었습니다.
까마중 꽃이 아주 작습니다. 마디 사이의 중간부분에서 여러 송이가 뭉쳐 피어났습니다. 까마중은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기 전까지는 여느 잡초와 다를 바 없습니다. 밭에 농부 눈에 띄면 여지없이 뽑혀나갑니다.
용케 사람의 손길을 피해 이름 모를 잡초로 자라다가 까만 열매를 맺고서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잡초. 까마중이 그렇습니다.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맨질맨질 스님 까까머리를 닳았다고 붙였을까요? 까마중은 초여름부터 꽃이 피고, 서리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열매를 맺습니다. 예전 마땅한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시절, 눈에 띄는 대로 따먹었던 정겨운 열매입니다. 지금 애들은 줘도 안 먹을 것이지만요.
요즘은 까마중을 '토종블루베리'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항산화효능이 높다고 알려진 아사이벨리나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더구나 각종 암에도 효과를 보았다는데 의학적으로 믿음이 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까마중>
노란색 꽃심을 박아
별 모양 꽃잎 펼쳐
온갖 멋을 부려 뽐내는데도
사람들 허투루 대하는 슬픔도 꾹꾹 참아낸
당신은 까마중
덜 여물어 녹색일 땐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가도
까까머리 까마질 땐 예쁜 마음으로 다가와
달콤한 맛 보여주는
당신은 까마중
한 알 한 알 따서
입 안에 넣어 톡톡 터트리면
깊은 사랑 착한 마음 보듬고 키워서
자기 속내 살짝 드러내는
당신은 까마중
당신 사랑, 당신 마음
몰라 봬서 미안합니다.
어쭙잖은 제 시 <까마중>입니다.
나는 까맣게 익은 까마중 몇 알을 따서 먹어봅니다. 톡톡 터지면서 달큼하고 시큼한 맛이 전해집니다. 맛이 괜찮습니다.
예전 '땡깔'이라 부르며 먹었던 까마중에 대한 추억의 맛이 되살아납니다.
#까마중, #땡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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