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현대重 23년만에 동시파업, 이와중에 勞가 재벌개혁 요구라니..
양사 노조는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현대차의 재벌 개혁을 촉구하고,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동시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노조의 동시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 공동 투쟁 이후 23년 만이다. 양 노조는 "앞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임금 15만205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연구직 조합원 승진 거부권 부여,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9만6712원 인상과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요구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파업에 대해 합법적인 파업을 가장한 정치파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비교적 노사 관계가 온건해졌다는 평가를 들어온 현대차가 다시 전투적인 대결 구도로 회귀하는 데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재벌 개혁과 조선산업 구조조정 저지는 임단협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주장이다. 또 중소기업 시각에서 볼 때 대기업 노조야말로 현재 한국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1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 집단이 파업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재벌 개혁'을 운운하고 있다"며 "공허한 정치 구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속 그룹과 업종이 다른 두 회사 노조가 연대 파업을 벌이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매우 정치적인 일이다. 이번 연대 파업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현대차 노조에 '지원사격'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들이 밝힌 대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이 빈사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진행하는 단독 파업은 부담이 매우 크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최대 단위사업장 노조로 파업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이 현대중공업 노조보다 훨씬 큰 조직이다. 현대차 노조가 '원군'으로 가세하면 파업 동력은 배가되고 비판 여론은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요청을 현대차 노조집행부가 수용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노조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파업을 진행하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라며 "일반 노조원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 노조집행부 성향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에 '초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이 당선될 때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사업장보다는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와의 연대에 가치를 두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 후반 정치파업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의 각성으로 합리 노선을 표방하는 노조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노사 관계가 진일보한 경험이 있다. 2009~2011년 3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파업이 없었던 것은 1994년과 이 3년이 전부다. 2012년 이후 집행부가 강성과 온건을 오가며 바뀌기는 했지만 '사업장 중심' 노조운동이라는 큰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임금파업 이외 '정치파업'은 대체로 자제돼 왔다.
박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이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민주노총이 주도한 '노동개혁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참가를 결정했다. 전형적인 정치파업이었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박 위원장의 '상급노조 중심' 성향은 두드러졌다. 현대차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은 이달 5일이었는데 단축 교섭으로 교섭 기간과 횟수는 늘어났지만 실제 노사가 제대로 협상 안건을 논의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한 시점이었다. 사측은 "20일 민주노총, 22일 금속노조 파업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을 맞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원명 기자 / 김정환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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