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기 때문입니다"..고육책 택한 이재현 CJ회장

전지현 2016. 7. 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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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사 대상 포함 위해 재상고 포기유전병 병세 악화..刑집행정지 신청도그룹측 손·발 사진 공개하며 선처 호소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오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매경DB]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6)이 재상고를 포기했다. 다음달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특단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이 19일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재상고를 포기해야 한다.

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소실돼 마비돼가는 불치의 유전병 CMT(샤르코마리투스)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재상고 포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재상고를 포기해도 사면이 불투명한 실정이라 재판을 통해 실형을 면할 유일한 기회만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필사적으로 사면에 매달리는 이유는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병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팔 근육 위축·소실 속도가 빨라져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종아리 근육이 모두 빠져 평생 못 걸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룹 측은 이 회장의 다리와 발, 손 사진을 이날 공개했다.

근육이 소실되고 신경이 퇴화하는 유전병인 CMT(샤르코마리투스)가 급속도로 진행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손발과 종아리 사진. CJ 측은 "이 회장이 엄지와 검지손가락 사이 근육이 모두 빠져 젓가락질을 하지 못하며 근육 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어 걷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 CJ그룹]
3년 넘게 재판을 진행해온 이 회장은 유전병 외에도 만성신부전증까지 앓고 있다. 2013년 부인 김희재 씨의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지난해 거부반응 증세가 두 차례 나타난 후 건강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과다하게 투여하면서 간수치 악화,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고혈압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입안 궤양은 병원균의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어 전신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건강 상태에서 구속 수감된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룹 측 주장이다.

이 회장의 주치의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교수도 "장기이식 환자에게 필요한 감염 관리나 CMT 재활치료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감옥에 이 회장이 수감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견서를 재판정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이 회장이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과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장은 가족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죽음의 공포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회장은 건강 악화 외에도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병환과 오너 부재에 따른 그룹 경영 위기 등 삼중고에 처해 있다. 손 고문은 지난해 말 아들의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데 이어 그 충격으로 평생 의지해온 어머니마저 쓰러지자 좌절감과 죄책감에 음식과 치료 거부 증세를 보여 혈관으로 영양수액과 함께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했다. 수술 전 60㎏ 이상이던 체중이 52~53㎏으로 떨어진 이후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부재로 그룹 현안도 올스톱된 상태다. 최근 SK텔레콤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CJ헬로비전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고, 이 회장은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작년 9월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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