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유커성지 된 이삭토스트
중국인들을 끌어모으는 맛의 비결을 묻자 정작 이삭토스트 창업주인 김하경 대표(61)는 "글쎄, 잘 모르겠지만 정직하게 장사를 해서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할머니인데, 앞으로도 그저 알아채는 사람 없이 맘 편히 다니고 싶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하던 김 대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인터뷰에 응했다.
이삭토스트는 평균 수명 3~4년에 불과한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4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자 가맹 매장만 7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얼굴 없는 대표'이기를 자처한다. 1995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남편의 건강 악화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인근 대학가에 9.9㎡(3평)짜리 이름 없는 조그만 토스트 가게를 열었다. 7년 동안 주 6일, 하루 16시간 이상씩 토스트를 팔았다. 매일 코피를 쏟으면서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위궤양으로 아픈 속을 부여잡고도 가게 문을 닫지 못했다. 그 덕에 1000원대에 팔던 토스트가 하루에 1500개씩 팔리며 '대박'을 냈다.
김 대표는 "당시 돈을 셀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와 마치 신이 함박눈을 내려주시듯이 돈과 손님을 주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신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돈을 부어주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심는 대로 거두는 거고, 세상엔 공짜가 없고, 그만큼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케첩 등 기본적인 소스로 맛을 낸 일반 토스트였지만, 이삭토스트를 자주 찾던 한 여학생이 "달콤한 소스를 곁들여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 이삭토스트만의 '특제 소스'가 탄생했다.
김 대표는 간판 없이 장사를 했기 때문에 정작 이삭토스트 1호점은 그녀가 아닌 다른 이에게 주어졌다. 2003년 아파트 단지에서 좌판을 펼치고 장사하던 젊은 부부를 우연히 보고 그들이 눈에 밟혀 며칠을 고민한 끝에 "장사 비용을 대줄 테니 내가 했던 토스트 장사를 해보겠느냐"고 제안했다. 가게 계약부터 기계 설비, 인테리어까지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사비를 털어 지원했다. 고마워하며 가게 이름을 정해달라는 부부의 요청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삭'의 이름을 따 이삭토스트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김 대표 표현대로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2003년 1호점 이후 14년 동안 700개로 늘어난 매장 수가 보여준다. 대전 한남대에 있는 1호점을 보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가게를 내고 싶다'며 찾아왔다. 김 대표에게 수명 짧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장수 비결'을 물었다. "욕심 내지 않고, 무리하게 비용 창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욕심 없는 대표 덕에 이삭토스트는 여전히 가맹비, 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 인테리어나 물품 조달도 업체를 연결해 직거래하게끔 하고 별도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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