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리암 니슨의 '샤샤샤', 재밌습니까?

김지혜 기자 2016. 7.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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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지난 주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짤'(짤림방지 즉 짤방의 줄임말로 '사진'을 일컫는 말) 중 하나는 '리암 니슨의 샤샤샤'였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기사에 참조한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리암 니슨은 지난 12일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의 홍보차 내한했다. 2박 3일간 머물며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그리고 각종 방송 인터뷰를 소화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한 리암 니슨 덕분에 '인천상륙작전'은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개봉이 임박하자 '인천상륙작전' 측은 리암 니슨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엄연히 이정재임에도 말이다. 그만큼 리암 니슨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리암 니슨은 내한 기간 내내 '할리우드 프로페셔널'이 뭔지를 보여주는 성실한 자세로 취재진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난 13일 열린 '인천상륙작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암 니슨이 자신이 연기한 맥아더 장군에 대한 완벽한 분석과 이해력을 보여줬다. 자칫 국뽕(자극적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행태를 가리키는 속어) 영화로 관객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와 맥아더 장군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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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한의 유일한 옥의 티라면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무리수였다. 리암 니슨은 KBS 2TV '연예가중계'와 인터뷰를 했다. 영어에 능숙한 원더걸스의 혜림이 인터뷰어로 나선 코너로 이미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쳐 갔다. 아마도 리암 니슨은 최근 몇 년 사이 출연한 가장 고령(64세)의 인터뷰이일 것이다. 그만큼 베테랑이기도 하다.

이날 인터뷰는 4분 30초 분량으로 지난 16일 밤 전파를 탔다. 혜림의 첫 질문은 "즐겨먹는 한국 음식은?"이었다. 리암 니슨은 "김치"라고 대답했으며, 이번 내한에서 "닭 속에 밥과 채소가 잔뜩 담긴 음식을 먹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혜림은 "삼계탕!"이라고 외쳤고 "삼계탕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고 설명까지 곁들였다.

한식에 대한 이야기에 1분을 이상을 쏟은 뒤 "한국 영화에 출연한 소감은?"이라는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리암 니슨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한국에서 잘나가는 스타가 될래요"라고 재치 있는 대답으로 이번 작업에 대한 만족도를 표현했다. "이정재와 케미는 어땠나?"라는 질문에도 "이정재와 연기한 건 한 장면뿐이지만, 진정한 배우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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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이날 인터뷰는 리암 니슨의 매너가 돋보였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맞춤 답변과 인터뷰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위트까지 곁들였다. 문제는 질문의 수준과 인터뷰의 분위기를 너무 가볍게 조성했다는 것이다. 

인터뷰의 말미 혜림은 "영화의 성공을 바라는 표현을 알려드릴게요"라면서 무리수의 정점을 찍었다. 혜림은 "제가 한국말로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하면 "'꼭 봐. 샤샤샤'라고 하면 돼요"라고 설명했다. 리암 니슨은 어린아이처럼 혜림의 동작과 한국말을 읖조리며 준비를 했고, 사인에 맞춰 '트와이스'의 히트곡 '치어 업(Cheer up)'의 안무인 '샤샤샤' 동작을 취했다. 한 번도 모자라 세 번이나 각기 다른 톤으로 '샤샤샤'를 외쳤다.

국내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리암 니슨에게 저런 제스추어를 부탁해야 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흥미롭기도 했지만, 반대로 안타깝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톰 크루즈도 국내 인터뷰어의 요청에 "의리!"를 외친 바 있다. 방송 인터뷰는 사전에 질문과 대답을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봤을 때 배우가 제작진의 요구를 수용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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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작품이나 배우의 연기관에 대한 진중한 질문이 오가는 자리는 아니다. 흥미 위주의 질문이나 홍보 목적의 대화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동안 할리우드 스타들이 내한하면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혹은 "두 유 라이크 김치?"라는 수준 낮은 질문이 단골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무리 오락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이라 해도 배우의 이미지와 영화의 성격을 고려한 인터뷰 분위기 조성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리암 니슨이 출연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이고, 그가 맡은 캐릭터는 전세의 키를 쥔 맥아더 장군이다.

2박 3일간의 짧은 내한 일정에서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샤샤샤' 보너스까지 남기고 간 리암 니슨에게 한 네티즌의 말을 빌려 심심한 위로를 해주고 싶다. "리암 니슨이 한국에 와서 고생이 참 많았다"고. 

ebada@sbs.co.kr     

<사진 = '연예가 중계' 캡처,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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