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국민 99%가 모르는 法이 온다
◆ 김영란법 카오스 ① ◆
김영란법은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기 힘든 법률적 실험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정당한' 목적이 입법 과정에서 변질되면서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 등 민간 부문까지 무려 240만여 명, 배우자 포함 400만명 이상을 적용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물타기가 이뤄졌다. 13년 전 만들어진 '3만원 식사 규정'을 단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밀어붙인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직 부문에 한해 적용돼야 할 국가 형법의 엄격한 잣대가 그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됐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 누구라도 뜻밖의 상황에서 범법자가 될 수 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김영란법의 법 내용과 위법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
단적인 예로 자녀의 생활기록부에 적힌 '주의가 산만하다'는 부정적 표현을 고쳐 달라고 교사에게 부탁한 학부모는 김영란법 시행 후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청탁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김영란법이 금지한 범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처벌 수위는 '경우의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행 법 체계나 상식 수준에서 누구도 법적 처벌을 예견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초래하는 '소비 절벽'이라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과잉입법이 가져올 법 감정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은 "법이 시행되면 일단 전 국민이 얼어붙은 강 위를 걷게 되는 셈"이라며 "국민 99%가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례별 매뉴얼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법 시행 후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앞으로 법을 운영해 나가면서 새로운 케이스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기존 판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일상생활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법률을 앞에 두고 일반 국민에게 과거 판례를 알아서 챙기라는 무리한 주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따르면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중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위헌"이라며 "김영란법은 목적은 정당하지만 나머지 조건은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용어설명>
▷ 김영란법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기획취재팀 = 신헌철 차장(팀장) / 김성훈 기자 / 최승진 기자 / 전정홍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윤진 기자 / 황순민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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