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⑪박용우] GK만 빼고 모두 OK '멀티의 화신'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16. 7.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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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지성(35)은 은퇴 직전인 2013년 친정팀 PSV 아인트호번에 복귀해 “골키퍼(GK)만 빼면 어느 곳이라도 뛰겠다”고 말했다.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월드컵부터 몸에 밴 멀티 플레이어의 기질이 잘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멀티의 화신 박용우
박용우(22·서울)는 신태용의 아이들 중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넘어 중앙 수비와 측면 풀백, 중앙 미드필더, 골잡이까지 소화할 수 있다. 박용우는 “(박)지성형처럼 나도 골키퍼만 빼면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박용우가 처음부터 타고난 멀티 플레이어였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도 춘천기계공고에 진학할 무렵에는 공을 예쁘게 차는 평범한 미드필더였다. 그런 박용우의 운명은 현역 시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유상철 감독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다시 중앙 수비로 경기마다 위치가 달라졌다. 당시를 떠올린 박용우는 “사실 그 때만 해도 감독님이 왜 내 자리를 안 주실까 답답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용우가 자신의 변신을 뒤늦게 반긴 것은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선배들과 경쟁이 버겁던 또래들과 달리 빈 자리는 모두 뛸 수 있다보니 대학에서도, 프로에서도 빠르게 경험을 쌓았다. 박용우는 “내가 한 자리만 뛸 수 있는 선수였다면 서울 같은 명문팀에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등에서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우가 놀라운 것은 다양한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선수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큰 키(1m86)를 살린 힘있는 수비와 장거리 킥과 절묘한 패스로 빌드업 능력 등 그만의 장점은 다른 선수들도 부러워할 만하다. 박용우는 “내 자리가 바뀔 때마다 롤 모델을 바꿔가며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많은 자리에서 뛰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땀을 흘렸다는 얘기다.

예컨대 박용우가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플레이메이커의 대명사인 지네딘 지단과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뀐 뒤에는 패트릭 비에이라, 젠나로 가투소, 클로드 마케렐레 등을 닮으려 노력했다. 또 수비로 범위를 넓히면서 마츠 훔멜스와 오스마르가 새 롤 모델이 됐다. 박용우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참 줏대 없다고 할 수도 있다”며 “요즘에는 팀 동료이자 선배인 오스마르를 보고 배우려 한다. 지난해부터 오스마르가 뛴 경기는 모두 영상으로 챙겨봤다”고 말했다.

■멀티 덕에 올림픽…한·일전 설욕했으면
박용우의 멀티 본능은 리우올림픽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월드컵(23명)과 비교해 출전 선수가 18명으로 적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지난 1월 카타르 최종예선에서 그를 처음 발탁하면서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전술 변화의 키로 활용하기도 했다. 박용우는 “사실 올림픽은 꿈도 못 꾸던 선수를 데려가주셨으니 보답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박용우는 리우올림픽에서 갚아야 할 묵은 빚도 있다. 바로 최종예선 결승에서 2-0으로 앞서다 2-3으로 치욕의 역전패한 한·일전을 설욕하는 것이다. 박용우는 “결승전만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하기만 하다. 이번에 다시 붙으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며 “결승 혹은 3~4위전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한·일전이 올림픽에서 열린다면 꼭 승리로 되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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