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와 연애, '김치 싸대기'.. 근데 이게 미국 드라마?

- 韓中美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 한국식 연출·설정 차용해 패러디 최시원·한지민 등 카메오로 출연.. 과한 PPL 지적하는 장면도 나와

"바보 멍청이." 주근깨가 얼굴에 점점이 박힌 백인 소녀가 손에 든 포기김치로 남자 주인공의 따귀를 때린다. '김치 싸대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국내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이 미국 드라마(미드)에서 펼쳐졌다. 한·중·미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Dramaworld)'는 한국 드라마의 상투적 설정을 차용하고 비틀어 극을 펼쳐나간다. 'K드라마'가 패러디 대상이 될 만큼 인지도 면에서 성장했다는 뜻이다.

"아빠, 한국 드라마 속에선 인생이 즐겁단 말이야. 누구나 예뻐질 수 있고, 누구라도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있어. 아무리 평범한 여자라도 남자 주인공과 눈이 맞을 수 있고. 키스하는 순간 평생의 사랑이 이뤄진단 말이야." 아버지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클레어(리브 휴슨)는 한국 드라마 광(狂)팬이다. 그녀는 평소 즐겨 보던 '사랑의 맛'이라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주연 배우들이 사랑에 빠지게 하는 큐피드 역할을 맡으며 좌충우돌한다. 한국계, 한국 배우가 다수 등장하지만 세계 한류 팬을 겨냥한 만큼 대사의 70%는 영어다. 대부분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재벌 2세 남자 주인공, 그를 사랑하는 가난한 여주인공, 요리사가 꿈인 아들에게 회사를 경영하라고 압박하는 재벌가 사모님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은 잘생겼고, 조금 오만하고, 그리고 꼭 (웃통을 드러내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 "모든 사건 사고는 두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거야. 키스가 아무 의미 없는 미국과는 완전히 달라. 박준(남자 주인공)이 오늘 서연(여자 주인공)이랑 키스만 하면 모든 게 해결돼." 클레어는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현실 세계에서 나를 쳐다봐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드라마월드'에 오게 돼 너무 흥분된다"고 한다.

감독을 맡은 크리스 마틴은 10년 전 한국을 찾아 영어 강사 생활을 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웠다. 소소한 부분까지 한국 드라마 느낌이 물씬 난다. 자동차 회사 로고를 테이프로 가려두고 "이건 왜 가렸어" 하며 한국 드라마의 PPL 만연을 지적하는 장면, 에피소드가 끝날 때면 그 회 하이라이트 장면을 스틸 컷으로 보여주는 한국식 연출까지(미드는 일반적으로 영화 크레디트처럼 검은 화면에 주요 스태프 이름이 나온다).

호주 출신 신인 배우 리브 휴슨이 클레어 역을, 드라마 '제중원' 등에 출연했던 한국계 배우 션 리처드 듈레이크가 재벌 2세 요리사 박준 역을 맡았다. 한지민, 최시원, 샘 해밍턴 등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원래 이 드라마는 동영상 사이트 비키(Viki)가 지난 4월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다. 비키 한 달 접속자는 400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80%가 비(非)아시아인이다. 비키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남미 등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비키 시청자들은 "미드와 한드의 조합이 끝내준다" "전 세계 한류 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평했다. 1500여 명이 매긴 평점은 9.1점. 지역 제한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넷플릭스가 비키와 제휴해 지난 1일부터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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