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조치 나섰나
단둥 호시무역구 정상가동 기지개
사드 배치 결정 후 북중관계 개선 징후 뚜렷
한국 겨냥한 경제ㆍ무역보복 우려
환구시보 “성주 포함 경북 전체 제재해야”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공언했던 ‘상응 조치’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려했던 북중관계 개선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한국을 겨냥한 경제ㆍ무역보복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14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소재 ‘중조(中朝ㆍ중국과 북한)변민 호시무역구’가 통관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정상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호시무역구의 통관 시범운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호시무역은 접경지역 주민들이 하루 8,000위안(약 14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선 관세 없이 국경무역을 할 수 있는 무역제도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호시무역구는 북한 측 내부 사정에 의해 올해 4월부터 북한기업들이 입점할 예정이었지만,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대북제재로 인해 정상가동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하루 10여톤 가량의 북한 특산품이 통관을 거쳐 중국에 들어오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에 있을 연례행사인 북중박람회를 전후해 정상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북중박람회는 호시무역구가 들어선 단둥 신개발지 궈먼(國門)항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호시무역구의 정상가동 움직임이 한미 간 사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시작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한미 양국이 5월에 이미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한 점을 감안하면 호시무역구의 정상가동은 중국의 보복조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간 사드 논의 와중에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한과의 군사ㆍ안보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압박 및 포위구도가 현실화한 만큼 중국은 이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10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호시무역구가 정상가동의 기지개를 켜는 건 그 신호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실제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면 대북제재 공조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과거 세 차례 핵실험 때마다 중국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별무소득에 그쳤다. 반면 이번에는 중국이 기회있을 때마다 ‘완전하고 전면적인 이행’을 약속했고 실제로 지난 4월 북중교역액이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변경지역의 대북 경협 확대를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관계 개선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동북3성 정부들은 최근 북한의 주요 접경지역 도시들과 연결되는 철도ㆍ다리 등을 개ㆍ보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랴오닝성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단둥에서 평양을 거쳐 개성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는 2010년 개장한 뒤 지금껏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호시무역시장을 재개장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시무역구를 비롯한 북중 간의 최근 움직임에 따르면 중국이 북중관계 개선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 대해 경제ㆍ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 내 반한 감정과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위생 및 검역(SPS)을 중심으로 한 비관세장벽을 적극 활용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성주를 포함해 경상북도 전역에 대해 교류 중단 등의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주의 특산물인 참외가 중국에 수출되는 건 아니지만 관영매체가 공개적으로 경제보복을 요구하고 나선 건 우려할 만하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커지는 반면 수출 규모 자체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경기회복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중관계 개선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할 때부터 예상돼 왔지만 지금까지는 사실 가능성을 열어둔 ‘관리’의 의미가 컸다”면서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에 이어 남중국해 패소까지 겹치면서 중국에게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반면 한국에 대해선 경제ㆍ무역분야에서 어떤 식으로든 상징적인 보복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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