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은 왜 우장창창 주차장 증축을 거부했나

김시연 2016. 7. 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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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갑질'-'을질' 넘어 불법 영업 기댄 무리한 계약이 발단

[오마이뉴스 글:김시연, 편집:최유진]

 리쌍이 운영하는 쌍 포차센터와 곱창집 우장창창이 지난 11일 오후 나란히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 김시연
건물주 '갑질'일까, 세입자의 '을질'일까, 그도 아니면 법제도의 맹점 탓일까.

최근 가수 리쌍 소유 건물 우장창창 강제 집행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인 편에서 물리적인 철거 작업까지 진행된 걸 비판적으로 보는가 하면, 거꾸로 건물주가 여론에 민감한 연예인인 걸 이용해 세입자가 법을 뛰어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아래 상가법)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엇갈린 시선도 논쟁에 한몫하고 있다.

<오마이팩트>는 지난 2012년부터 4년 넘게 이어진 리쌍-우장창창 분쟁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1라운드] '건물주 갑질' 논란 속 상생, 상가법 개정 성과도

이번 사건은 크게 두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국면은 힙합 그룹 리쌍(길, 개리)이 지난 2012년 5월 우장창창이 2년 가까이 영업해온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건물(지상 4층, 지하 1층) 1층에는 곱창집 우장창창이, 2층에는 일식집, 지하 1층에는 보쌈집 등 세 곳이 장사하고 있었다.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다른 두 곳은 일찌감치 합의금을 받고 나갔지만 우장창창은 임대차기간 2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남아 장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우장창창은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 원을 넘겨 상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임대차 계약 갱신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더구나 우장창창은 지난 2010년 11월 이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2억 7500만 원을 주고 들어왔지만, 건물주가 직접 장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도 이조차 돌려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우장창창이 퇴거 요구를 거부하자 건물주는 건물 명도 소송을 제기해 지난 2013년 6월 승소했다. 하지만 서윤수 우장창창 사장은 그해 5월 비슷한 처지의 상인들과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를 결성하고 상가법 적용 범위 확대를 요구하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건물주 갑질' 여론에 부담을 느낀 리쌍은 결국 지난 2013년 8월 28일 우장창창에 권리금 대신 합의금 1억 8천만 원을 지급하고, 같은 건물 지하에서 계속 장사하게 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양쪽 모두 큰 생채기를 겪었지만 결과는 나름 '윈윈'이었다.

우장창창은 그해 9월 지하로 옮겼고, 리쌍도 12월 우장창창 자리에 '쌍 포차센터'를 개업했다. 맘상모 등 임차인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그해 8월 환산 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도 5년까지 계약 갱신 요구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상가법이 개정됐다. 이것으로 1년 넘게 이어진 분쟁도 일단락되는 듯했다.

[2라운드] 주차장 영업이 발단, '법대로 소송'에 '법대로 철거'

 다음 로드뷰로 본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 주차장 모습. 우장창창 영업 이전인 지난 2009년 5월 주차장 자리에서 포장마차 영업을 하고 있다(위), 우장창창이 1층에서 영업하던 지난 2011년 10월 지하를 쓰던 쌈밥집도 주차장에 천막을 쳐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아래) 주차장 안쪽에 메뉴판이 보인다.
ⓒ 카카오
'주차장 영업'을 둘러싼 소송으로 시작된 두 번째 국면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리쌍은 건물 리모델링에 차질을 빚은 데다 '강제집행'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우장창창도 '연예인 상대 을질'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이들은 왜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온 것일까? 그 실마리는 이 건물 주차장에 있다. 지금 우장창창이 있는 지하 매장은 밖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손님을 끌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장창창이 굳이 이곳을 택한 건 모두 1층 주차장 때문이었다.

우장창창 이전에도 이 건물 지하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은 '주차장 영업'을 병행했다. 낮에는 주차장으로 쓰다가,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곳에 천막과 테이블을 설치하고 손님을 받았다. 목이 좋아 한창 가로수길이 북적일 때는 매출이 1층 매장 못지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차장 영업은 명백한 불법이다. 민원 때문에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시설물 철거 명령과 함께 벌금이나 영업 정지를 맞기도 했다. 다음 지도 로드뷰를 살펴봤더니 지난 2009년 5월쯤엔 아예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고, 직전까지 지하를 썼던 보쌈집도 주차장을 덮는 고정 천막을 설치하고 장사하고 있었다.

결국 지하 상인들에게 주차장 영업은 끊을 수 없는 유혹이자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우장창창은 상가법 적용 대상이어서 계약 갱신이 가능했던 보쌈집이 결국 합의금을 받고 나간 것도 주차장 영업 단속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보쌈집을 운영했던 전아무개 사장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주차장 영업 단속 때문에 합의하고 나간 건 아니다"라면서도 "가게에서 나가기 직전에도 구청 단속 때문에 2주간 영업 정지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우장창창은 1층 주차장을 오후 5시부터 다음 달 오전 5시까지 쓰는 대신 주차장 영업으로 생기는 벌금, 행정처분 등 모든 법적 책임을 자신들이 지기로 했다. 다만 주차장을 영업에 맞게 용도 변경을 할 때 건물주가 협력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구청의 불법 영업 단속으로 장사가 어려울 때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심지어 우장창창은 2013년 8월 합의 직전 한 건축사사무소와 1층 주차장 가운데 일부를 증축하는 설계 계약까지 맺었다.

 우장창창은 1층 주차장 일부에 건물을 지어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김시연
실제 우장창창이 지하로 옮겨 장사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2013년 10월쯤 강남구청은 1층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과 철주 등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우장창창은 그해 11월 쌈밥집이 설치해놓은 고정식 천막, 철주를 접이식으로 바꾼 채 주차장 영업을 계속했다. 결국 강남구청은 이듬해 2월 이행강제금 123만5천 원을 부과하고 위반건축물로 등재했다.

이 때문에 건물 리모델링(대수선) 허가가 취소되자 건물주는 우장창창에게 천막과 철주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다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우장창창은 합의서에 따라 주차장 일부 증축에 합의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건물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싸움은 법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듬해 1월 우장창창의 토지사용승낙 소송과 건물주의 명도 소송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법원은 양쪽에서 합의한 내용이 철거하기 쉬운 가설 건축물 정도라고 선을 긋고, 우장창창 쪽에서 요구한 철골 구조 건물 건축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건물주도 주차장 영업을 전제로 그 같은 합의를 맺었기 때문에, 우장창창의 천막 철거 거부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고 봤다.

양쪽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2심 소송 과정에서 우장창창의 2년 임대차 기간이 끝난 것이다. 우장창창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하려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사이에 건물주에게 명시적이나 묵시적으로 계약 갱신을 요구해야 했다.

우장창창은 지난 2013년 9월 지하 매장에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300만 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환산보증금이 3억 4천만 원이었다. 당시 서울시 상가법 적용 환산 보증금 기준은 3억 원이었지만, 2014년 1월부터 4억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계약 시점 기준이기 때문에 당시 우장창창은 여전히 상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그해 8월 상가법 개정 덕에 우장창창도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면 연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장창창쪽은 소송 과정에서 5년간 임차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의사 표시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계약 갱신 요구 기간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장창창은 적어도 그 시점에 이 사실을 몰랐고, 건물주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고 오판했다. 우장창창은 "알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지만 몰랐던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돌이킬 순 없었다. 그 결과가 지난 7일 발생한 강제 집행 사태였다.

"주차장 없으면 매출 반토막" - "증축 현실적으로 어려워"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 지지 현수막과 주차장을 덮은 천막이 7일 오전 법원쪽 강제 집행 시도 과정에서 찢긴 채 방치돼 있다.
ⓒ 김시연
결국 주차장 용도 변경을 둘러싼 소송 때문에 우장창창은 그 자리에서 계속 장사할 권리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만큼 '주차장 영업'이 절박했다는 의미다. 서윤수 사장은 "구청 단속으로 한동안 주차장 영업을 못하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건물주는 주차장 용도 변경에 협력하겠다고 합의해놓고 끝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일까? 현재 리쌍쪽이 공식적인 취재에 응하지 않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우장창창쪽은 건물 리모델링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리쌍이 소유한 건물 용적률은 185.95%로 한계치에 근접해 있다. 용적률은 지하층을 제외한 연면적을 대지 면적으로 나눈 것인데, 이 건물은 최대 200%를 넘을 수 없다. 우장창창은 소송 과정에서 1층 주차장 면적 60제곱미터 가운데 주차면을 제외한 21제곱미터 정도에 단층 건물을 지어 합법적인 영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13일 "건축 설계서를 봐야 알겠지만 건물을 증축하면 용적률이 그만큼 늘어나고 현재 2대인 부설 주차장을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신축 때부터 이같은 규정에 최대한 근접하게 건물을 짓기 때문에 증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서윤수 사장은 "당시 강남구청에 직접 확인하진 않았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 이같은 규정들을 감안해 설계했을 것"이라면서 "건물주도 리모델링하면서도 용적률을 좀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주차장 증축이 방해가 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에 어떻든 건물주도 섣불리 주차장 용도 변경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일종의 '쌍방과실'인 셈이다.

"안이한 계약이 부른 쌍방과실, 대화 통해 해결해야"

'소상공인 생존전략 김사장스쿨' 강사인 시명준씨는 "이번 분쟁의 본질은 '주차 공간 영업 활용 협조'와 관련한 특약 내용"이라면서 "서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현실적 관행이고 다들 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안이하게 판단하고 합의했던 게 결국 임차인의 소송 제기로 지금의 상황을 불렀다"며 '쌍방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시명준씨는 "특히 2013년 이후 서로 대화도 없었고 맘상모 결성으로 우장창창이 임차인들에게 상가법 개정의 상징이 된 것도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여론은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전향적 타결을 기대하고 있고 정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상가법 개정을 통해 환산 보증금과 권리금 인정 범위도 더 현실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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