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너머로 석양빛이 물든다, 바닷물 머금은 해변까지

대부도/정상혁 기자 입력 2016. 7. 14. 04:02 수정 2016. 7. 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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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대부도

큰 언덕은 상상하게 한다. 언덕 너머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큰 언덕의 정수리와 숲과 거기 당도할 바람과 석양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언덕 너머엔 바다가 있을 것만 같다. 그리하여 대부도(大阜島). 서해에서 제일 큰 섬, 하나의 큰 언덕처럼 보인다는 이 섬에 구경하러 가게 되는 것이다.

구경의 행선지는 경기도 안산. 이름하여 안산 구경(九景) 되시겠다. 구경 중 육경(六景)이 대부도에 있다. 시화호조력발전소 전망대가 선사하는 제1경을 지나 산봉우리가 아홉 개라는 구봉도(九峰島)로 향한다. 대부도의 외곽을 감싸는 해솔길③이 나온다. 해안에 인접한 산 능선의 소나무 숲길이다. 총 길이 74㎞로 7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방아머리에서 시작되는 11.3㎞짜리 1코스다. 기암괴석과 그 위를 쏘다니는 갈매기 너머, 뚜렷한 황토색을 띠며 만조가 되기 위해 밀려오는 바닷물이 보인다. 바람이 자갈과 모래를 들추며 몰려온다. 달그락달그락,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들뜬다. 1시간 정도 걸어 개미허리 아치교를 넘으면 구봉도 낙조전망대②. 사람들이 석양 모양의 구조물 앞에서 작열하는 해를 바라본다. 여기서 500m 정도 육지 쪽으로 걸어 나가면 갯벌. 바닷마을 체험에 나선 꼬마들이 펄처럼 연한 손가락으로 꽃게 따위를 집으며 연신 소리를 질러댄다.

방아머리로 나와 식당을 찾는다. 60여 개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이다. 바지락이 들어간 칼국수, 조개찜 등으로 점철된 간판들이 '원조'를 부르짖고 있다.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관광객을 위해 안산시에서 직접 토속 음식을 발굴해 먹을거리 개발에 나섰다. 빠금장(된장)에 굴과 바지락·조개 등을 넣고 졸인 일명 '어부밥상'이다. 반농반어를 하던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이 밴 것으로 밭고랑이나 좁은 배 안에서 양푼에 빠금장을 넣고 나물과 바지락 등을 넣어 비벼 먹던 비빔밥에서 착안했다. 한 그릇을 비우고 바지락고추장뚝배기를 시켜 돌솥밥 위에다 비빈다. 땀이 절로 솟는다. 등판이 염전이 된다.

땀 난 김에 바닷바람 쐬러 간다. 탄도 바닷길⑤로 향한다. 국내 최대 인공습지라는 갈대습지공원⑦과 수도권 유일의 재래식 옹기 소금 산지 동주염전④을 지난다. 바다 쪽으로 더 내달리자 널따란 펄이 펼쳐진다. 수평선을 등진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부지런히 날개를 돌리고 있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질 때 드러나는 육로를 따라 30분쯤 걸어가면 누에섬전망대가 나온다. 3층짜리 전망대에서 탄도항을 내려다본다. 해가 지고 있다.

대부도는 포도의 땅이다. 1950년대부터 경작한 포도밭이 553㏊(167만2825평)에 이른다. 그리고 그랑꼬또(Grand Coteau)가 있다. 대부도 첫 와이너리다. 불어로 '큰 언덕'이라는 뜻인데, 2000년부터 여섯 종의 토종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바닷물을 머금은 대부도 토양에 미네랄이 많아 포도의 향과 맛이 깊다고 한다. 이곳에 들른 관광객들은 한두 잔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내년쯤 뒤편 포도밭을 관광농원화해 와인과 함께하는 음악회 등을 열 계획이다. 아이스 와인 두 잔을 마신다. 포도밭이 붉어진다.

오후 8시쯤 되자 석양이 해변을 장악한다. 대부도 뱃길 너머의 풍도⑥, 더 너머의 안산 다문화거리⑧와 노적봉공원⑨ 역시 붉을 것이다. 다시 구봉도 낙조전망대에 선다. 육지를 구경하려는 듯이 언덕을 향해 파도가 몰려온다.

※기사에 들어간 동그라미 속 숫자는 '안산 9경' 지정번호다.

구봉도 낙조전망대 단원구 대부북동 1870-47. 1899-1720

대부 해솔길 대부북동 1870-47. 1899-1720

누에섬전망대 단원구 선감동 산170. 무료.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032)886-0126

식당 ‘청미’ 어부밥상 1만5000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대부북동 1826-156. (032)887-1108

그랑꼬또 대부북동 1011-3. 와인 가격 2만1000~9만8000원. (032)886-9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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