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KBS·MBC 세월호 보도 2년간 불공정했다"

남지원 기자 2016. 7. 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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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주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지난달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 녹취록에 담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다. 이 전 수석은 녹취록이 공개된 뒤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 세월호 참사 당시에만 국한돼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암시다. 김동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통상적인 업무라는 해명에 따르면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에도 홍보수석이 전화를 했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나 보도개입 파문 등 관련 이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언론노조가 주최한 ‘이정현 녹취록 파문으로 되돌아본 세월호 보도 점검 긴급토론회’에서 정수영 KBS 기자(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이번 녹취록 파동에 대해 KBS 뉴스가 침묵하고 있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위축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정부 불리한 내용은 축소·누락

참가자들은 참사 당시부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시한을 두고 둘러싼 논란들이 벌어지고 있는 최근까지 참사 관련 이슈 중 정부가 비판받을 만한 사안이 공영방송에서 외면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기자는 “참사 직후 물량공세식으로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정부여당이나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누락되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세종시당의 폭탄주 술판 파문, ‘초기에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하다’고 막말을 한 해경 간부가 직위해제된 일, 사고 당일 세월호 인양을 요구한 해경 공문 논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를 통해 참사 직후 KBS 기자가 해경의 구조과정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리포트 내용이 사장 지시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참사 후에도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유지됐다. KBS는 지난해 12월 열린 세월호 1차 청문회를 메인뉴스 말미 띠단신으로 단순 전달했다. 지난 3월 2차 청문회는 단신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1차 청문회 마지막 날 KBS 기자협회장이 “청문회 마지막 날인만큼 뉴스에서 다루자”고 건의했다가 간부들로부터 “편집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고 묵살당한 일도 있었다. 정 기자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권력에 대한 감시나 견제를 하는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찬 MBC 기자(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해경 비판, 정부 비판 아이템이 누락되거나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MBC본부가 작성한 ‘세월호 참사 보도백서’에 따르면 참사 현장에 있던 MBC 기자들은 안행부 고위공무원의 ‘기념촬영 제안’ 논란, “80명 구했으면 대단하다”는 해경 막말, 구조동영상을 은폐했다는 의혹 등을 발제했지만 <뉴스데스크>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 기자는 “서울 본사 뉴스에서 해경 비판 관련 주요 보도가 계속 누락되자 참사 8일째부터는 목포 지역뉴스 시간에 주요 리포트가 보도되는 일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유가족·특조위 비판은 부각

반면 유가족과 세월호 특조위에 비난이 쏠릴 만한 사안은 양대 공영방송이 적극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는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2014년 9월17일 신고접수부터 2015년 5월6일 기소까지 9시 뉴스에만 리포트 8건과 단신 5건 등 13건을 할애해 보도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유가족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던 시기였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조위가 현장 조사 도중 잠수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 비난받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세월호 특조위가 과도한 예산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MBC는 지난해 11월 박종운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이 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을 능지처참해야 한다”는 발언에 박수를 쳤다고 보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욱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언론팀장은 이에 대해 해당 발언이 잘못이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당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고 있던 때였는데 토론회 플로어에 계셨던 유가족이 ‘역사교과서를 그렇게 만들면 내 아이가 어떻게 기재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럽다’고 말하는 와중에 해당 발언이 나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 팀장은 “그 후 말씀을 계속하다 마지막에 울먹이면서 ‘하늘에 가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고 말씀하셨고 그 말이 끝난 뒤 상임위원이 박수를 쳤는데 뉴스에는 해당 발언 바로 뒤에 박수 장면을 붙여 편집했다”고 지적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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