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개·돼지' 발언 논란..여론 탓한 나향욱 전 기획관

김필규 2016. 7. 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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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2일) 팩트체크는 "민중을 왜 개·돼지에 비유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어제 국회 답변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들어보시죠.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교육부 :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를 보니까 처음에 했을 때하고 고시를 하고 났을 때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바뀌는 것을 보고 영화 대사가 갑자기 생각 나서. '언론이 조종을 한다'는 대사가 나온 게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변덕스러운 여론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데, 당시 정말 여론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돌변했던 걸까요? 아무 생각 없는 동물같다는 생각이 들만 한 상황이었을까 하는 문제인데요.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부분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나 전 기획관 말대로 정부 고시를 전후해 여론 변화가 심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게 지난해 10월 12일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한국갤럽 조사 상으로 찬반이 42 대 42, 아주 팽팽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반대의견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11월 3일 공식 행정절차인 고시를 한 뒤에는 더 격차가 벌어져 반대의견이 53%, 찬성이 36%가 됐습니다.

[앵커]

이거 하나 조사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리얼미터 등 다른 업체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앵커]

반대 의견이 높아지면서 교육부 입장에선 국정화 추진에 지장을 받았을 테니 이런 결과에 불만을 가졌다고 해석할까요?

[기자]

하지만 왜 저런 변화가 있었는지 당시로 돌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월 초의 상황을 보면 자유경제원 등 보수단체에서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됐다'고 문제 삼으면서 토론회를 열었고요.

청와대와 여당에서도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 이뤄야 한다" "현행 검정교과서는 악마의 발톱을 감추고 있다"면서 이를 거들었습니다.

이렇게 초기에 국정화를 찬성하는 여론에 여러모로 영향을 줬던 거죠.

[앵커]

그런데 여론이 돌아선 계기가 있었던 거죠?

[기자]

나 전 기획관 말대로 정부 고시를 즈음해 국정화를 우려하는 언론의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전국 역사교수, 역사 학자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며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때부터 잇따라 나오기 시작합니다.

국정화 과정에 필요한 예산 44억원을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예비비로 비밀리에 의결한 것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또 당초 정부는 집필진을 아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집필진을 구하기 힘들자 비공개로 쓱 돌려버렸고, 대표집필진으로 초빙됐던 최몽룡 교수는 기억하시겠지만 기자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실명으로 서명한 사람들이 100만명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금생각해보니 벌써 꽤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그 짧은 한달 정도 기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일들은 다 언론이 조종을 한 것이고 그래서 대중이 영향을 받은 것'라는 게 나 전 기획관의 생각이었던 건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여론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많이 달랐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오피니언라이브 : 대중의 의견이 조변석개한 사례라기보다는 애초에 미흡했던 정보, 일방의 정보가 (제공되다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정보제공 등을 통해서 대중의 여론이 형성된 사례로 봐야 할 것으로 보이고. 자연스런 여론형성 과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색하게 돌변한 건 정부여당이었는데, 처음 국정화 추진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여러 여론조사를 해보니 국정화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황우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여론이 뒤집히자 "국정화는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고시하면 그만이고 그 이후부터는 논란이 잦아들 것"(김무성)이라고 말이 바뀝니다. 정말로 여론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정책을 추진한건지 의문을 품게되는 대목인 거죠.

[앵커]

사실 국정화 자체만 놓고서도 특히 이번 이른바 개·돼지 발언을 지나면서 어떤 국민을 계도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 그 생각에서 국정화로 단일화 하겠다는 발상도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교육부에서 나 전 기획관을 파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 전 기획관이 중요 정책을 이끄는 요직에 있던만큼, 정부가 정책추진 과정에서 여론이나 언론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그 이후로도 한국사 가르친 지 1년도 안 된 교사를 집필진으로 선정됐다가 이 교사가 직접 사퇴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또 44억원 예산 가운데 무려 22억원을 홍보비로 쓰면서도 내놓는 광고마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청와대는 강력한 국정화 추진 의지를 연초부터 밝혀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국정 역사교과서가 집필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다는 것, 단지 어떤 동물적인 변덕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팩트체크.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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