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서울 엑소더스'..종착지는 미사·삼송·위례

김태성 2016. 7.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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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금 > 경기 매매값 현상에 "보증금 올리느니 수도권 내집장만"이사 몰린 하남·고양·성남 공통점은 광화문·강남 등 도심까지 1시간 거리서울 공급부족..풍선효과 계속될듯, 인기지역 '연쇄 엑소더스' 우려도

◆ 서울 전세난민 어디로 / 서울 엑소더스 대책은 ◆

미사강변도시가 있는 하남과 삼송을 품은 고양, 위례신도시가 속한 성남이 서울의 '인구 1000만 도시' 타이틀을 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역으로 확인됐다. 치솟는 전세금과 주택 가격에 부담을 느낀 서민과 중산층이 서울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집값은 오히려 서울 아파트 전세금보다 싼 이들 도시로 줄줄이 이주하는 '엑소더스(집단탈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12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정보 주택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서울에 사는 수요자들이 거래한 주택 가운데 경기도에 있는 주택은 총 2만1910가구로, 서울을 뺀 전국 주택 거래량 3만4665가구 가운데 63%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 중에서도 서울에 주소지를 둔 이들이 많이 몰린 곳은 미사강변도시가 포함된 하남시였다. 하남에는 위례신도시 일부도 들어간다. 하남시에 있는 주택 2754가구가 서울 주민에게 실제 주택이나 분양권 형태로 손바뀜됐다. 2위는 삼송·원흥·향동 택지지구가 한데 모인 고양시로 2100가구에 달했다. 위례신도시를 품은 성남시(1927가구), 남양주(1890가구)와 부천(1540가구)이 뒤를 이었고 의정부, 김포, 동탄2신도시가 있는 화성시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올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주소지를 옮긴 지역 순위와도 대부분 일치한다. 올해 1~5월 통계청의 지역별 전입자 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출신 전입 주민이 많은 '톱3' 지역은 경기 성남·고양·하남시였다. 성남에만 1만6703명이 이사하는 등 세 곳에 골고루 1만명 넘는 서울 시민이 유입됐다. 남양주와 부천 등에도 서울 주민들의 주택 거래가 몰리면서 서울 인구를 대거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민이 경기 지역으로 무더기 이주를 한 탓에 서울 인구는 6월 말 기준 998만9795명으로 줄어 1988년 이후 28년 만에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의 60%에 그쳤던 경기도 인구는 비싼 전세금으로 인해 높아진 서울 주거비를 피해 이사 들어온 전입자 덕에 지난달 말 1261만877명을 기록했다. 서울의 1.3배 수준까지 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서울 시민들의 경기도 '엑소더스'의 출발은 극복하기 힘든 가격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금은 1554만원으로 경기 아파트 매매가인 1224만원보다 비싸다. 두 곳의 3.3㎡당 매매가격은 2161만원(서울)과 1224만원(경기)으로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만 해도 3.3㎡당 600만원 수준이던 서울 전세금이 8년 만에 2배 가까이 뛸 만큼 폭등하다보니 서울을 고집하던 이들도 재계약 금액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세난민들의 발길이 멈춘 지역들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서울과 지리적으로 붙어 있어 강남과 광화문 같은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생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고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이뤄지는 '신도시'라는 점도 주목된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하남은 미사강변도시, 고양은 삼송·원흥·향동지구, 성남은 위례신도시 일부를 품고 있는 수도권 대표 신흥 주거지"라며 "지하철 연장선 개통과 대형 쇼핑몰 건립 등 각종 개발사업이 입주에 맞춰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활 편의도 한층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남 미사강변도시는 입주 5년 차인 2018년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인 미사역이 개통되고, 9호선 하남 연장 노선 추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례신도시가 있는 성남은 송파와 맞닿아 '강남 생활권'으로 분류돼 분양 열풍이 불었다.

서울을 떠나 집을 찾는 이들의 1순위 관심사가 가격이다보니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은 경기권 지자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인기 지역이 극명하게 갈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통적인 부촌인 분당구 판교동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164만원으로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더 비싸다. 반면 수정구에서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태평동은 1026만원으로 판교동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몰리는 인구 풍선 효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입주 물량은 향후 3년간 2만가구 중반대를 유지할 텐데 재건축 등으로 없어지는 주택을 감안하면 공급 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라며 "전세와 매매가격 고공 행진이 계속되는 만큼 더 싼 집을 찾는 수요자는 계속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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