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희롱은 참는게 미덕" 국민의당 황당 교육

김판 2016. 7.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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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첫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가졌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기관인 국회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도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날 교육에는 안철수 전 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 33명과 보좌진·당직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육에 앞서 “성희롱, 성차별 없는 국회를 앞장서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강분 대표. 유튜브 캡처

그러나 여성 당직자들은 교육 받는 내내 불편했다고 한다. 여성 당직자 A씨는 “성희롱 예방 교육인지 성희롱 조장 교육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여성 당직자 B씨도 “성희롱이 별 게 아니라는 듯이 말해 모욕적인 기분까지 들었다”며 “성희롱 예방 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인데 성희롱 조장 교육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사로 나선 이는 문강분(50·여) 행복한일연구소 대표였다. 문 대표는 여성과 노동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공인노무사다. 국민의당은 강연 장면을 모두 촬영해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문 대표는 강연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상사가 여직원의 등을 두들기고, 단둘이 밥을 먹으면서 술을 권하는 가상의 성희롱 사례를 제시한 뒤 “사실 김 부장님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정말 선의로 한 거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로 지목된 분들이 참 불쌍하다” “우리의 언어도, 생활도, 풍습도 사실은 다른 것뿐인데 젊은 친구들은 이걸 성적인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주로 가해자인 50~60대가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나 행동을 젊은 여성들은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또 대부분 피해자가 참고 넘어간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이게 미덕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곧이어 문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에게 “우리 당에서는 (성희롱이 발생하면) 어떻게 문제제기하고 조치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참습니다”라고 답하자 문 대표는 “솔직하니깐 박수 한번”이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강연 내용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였다.

문 대표는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강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20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갑자기 성희롱으로 해고되면 가해자들은 징계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 돈을 얼마나 벌어다줬는데 노래방 가서 블루스 좀 추자고 했다고 잘려야 되냐. (이런 가해자들의 생각에) 정말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이 끝나고 난 뒤 국민의당 여성 당직자 중 일부가 문제제기를 했다. 여성단체 등에 ‘강연 내용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소속의 한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는 “성희롱의 판단 기준에 가해자의 의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의도가 없었다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며 “강사 의도와는 별도로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해자 처벌만 강조하면 여성 고용을 회피하거나 줄이는 등 오히려 양성평등과 멀어지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며 “다양한 분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국회의원 중심으로 교육을 하다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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