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필생의 과업' 눈앞에..'전쟁 가능한 국가' 가시권

황형규 2016. 7. 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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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지지 세력 참의원 의석수 3분의2 넘어서아베, 올 가을부터 평화헌법 수정 본격 나설듯中 팽창주의 맞물려 동북아정세 격랑 속으로

◆ 日 참의원 선거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필생의 과업'이라고 강조해온 개헌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2013년 참의원 선거(절반 교체), 2014년 중의원 선거, 그리고 10일 참의원 선거(나머지 절반 교체)까지 압승하면서 적어도 국회 내에서 아베 총리 앞에 놓인 걸림돌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안보관련법 제·개정에 이어 개헌까지 이뤄지면 일본은 명실상부한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북핵과 미사일,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와 맞물려 가뜩이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동북아 안보환경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아베노믹스 실패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개헌에 대해서도 찬성보다는 반대 여론이 더 높았지만 선거 결과는 '아베 1강'의 재확인이었다. 지리멸렬한 야당은 집권여당인 자민·공명당을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선거기간 내내 반대 여론이 높은 개헌 얘기는 삼가고,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고 (민주당 때의) 어두운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아베 정권의 선거전이 먹혀들었다.

NHK 등에 따르면 자민·공명당과 야당인 '오사카유신회'와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개헌에 찬성하는 여야 4당은 이날 밤 11시 30분 현재 121석 가운데 최소 74석을 확보했다. 임기 6년의 참의원은 3년마다 전체 의석(242석)의 절반을 교체한다. 개헌 4당은 3년 전 선거에서 나머지 121석 가운데 84석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에 최소 78석 이상을 확보하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162석) 개헌정족수를 확보하게 된다. 여야 정당과는 별개로 무소속 가운데 4명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참의원 개헌정족수는 사실상 확보된 셈이다.

2014년 12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는 이미 집권 자민·공명당만으로도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3년 전 참의원 선거에서 이미 65석을 확보한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57석 이상을 얻어 1989년 이후 27년 만에 단독과반수(122)를 확보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아베 2차 정권이 들어선 이후 3번의 참·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이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헌 작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2차 정권을 잡은 후 "현행 헌법은 점령군(미군)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 손으로 헌법을 만들어 새 시대를 만들겠다"는 언급을 수차례 반복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10일 출구조사 결과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후지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심화시켜 어떤 조문을 어떻게 바꿀지가 결정된다"며 "논의가 수렴된 뒤 국민투표에서 개정에 대한 찬반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 임기가 당장은 자민당 총재 연임이 끝나는 2018년 가을까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임기 내에 개헌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올해 가을부터 서둘러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개헌의 핵심은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바꾸는 것이다. 자민당은 2012년에 이미 헌법 전문을 전면 개정해 교전권과 전력 보유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는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개헌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규모 재해나 유사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사태 조항이나 정부나 국민의 환경안보에 책임을 지우는 환경권 신설처럼 국민의 저항이 작은 조항을 바꿔 개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후 2단계 개헌을 통해 핵심인 9조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평화헌법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여름 안보법제 제·개정 과정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고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가 찬성을 웃돌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평화정당'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9조를 바로 개헌하려고 할 경우 내부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선거 압승으로 '아베 1강' 체제를 공고히 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2월 4년 임기의 중의원 선거 승리와 지난해 9월 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로서는 2018년 9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노믹스 실패론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자민당 일각의 아베 측근들은 벌써부터 연임만 가능하도록 한 자민당 총재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책임지고 정권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연내에 중의원을 또다시 해산하고 총선거에서 승리해 중의원 임기가 2020년까지 늘어난다면 장기집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처럼 공고해진 1강 체제를 토대로 아베 정권이 본격적인 개헌에 착수하면 동북아 안보환경도 중장기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해양 팽창주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일이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면 군비경쟁 확산 등 동북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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