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억지로 빵 8개·치킨 2마리..해병대 '식고문'

김종원 기자 2016. 7. 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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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식고문'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군대에 남은 악습 중 하나인데,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가혹행위입니다. 한 해병 부대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 '식고문'을 일삼아 온 사실이 드러나 군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해병대 이 모 일병이 부모에게 쓴 편지입니다.

"주말이면 식고문을 당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일병은 지난 3월 자대배치를 받은 직후부터 선임들에게 심한 욕설과 폭행 등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합니다.

가장 참을 수 없던 건 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라는 뜻의 '악기바리'라고 불리는 식고문.

[이 일병/해병대 가혹행위 피해자 : 선임이 빵을 사 왔는데 제가 너무 배고파서 하나를 다 먹고 두 개째를 뜯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선임이) 저한테 욕을 하면서 '빵이 그렇게 먹고 싶으냐, 내가 너 원하는 만큼 빵 사주겠다.']

다음날, 선임들은 이 일병에게 양껏 밥을 먹게 한 뒤, 빵 8봉지, 초콜릿 파이 1상자, 우유 3팩, 그리고 컵라면 2개를 강제로 먹였습니다.

[이 일병 어머니 : 빵을 6,300kcal를 아이한테 먹인 거예요. 제 아이한테 직접 칼로리 계산을 하라고 하면서 먹 인 거예요.]

자대 배치를 받은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한 달간, 3일에 한 번꼴로 10여 차례 식고문을 당한 이 일병.

어떤 날은 밥을 먹고 난 뒤 피자 한 판에 과자 2봉지, 음료 1.5리터, 호떡빵 한 줄, 아이스크림 1통을.

또 어떤 날에는 역시 식사 후에 치킨 2마리에 초콜릿 파이 1상자, 과자와 빵 각각 3봉지씩, 음료 1.5리터를.

이렇게 매번 견디기 힘든 양을 강제로 먹어야 했는데, 힘든 티라도 낼 경우에 욕설과 폭력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이 일병/해병대 가혹행위 피해자 : (먹다가) 배를 문지르니까 배부른 거 티 내느냐고 또 욕설을 하고, 만약에 토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걸리게 되면 선임이 가만 안 둔다고, 죽는다고 (협박하고). (내내) 속이 너무 안 좋았어요. 체하는 건 일상이었고.]

[이 일병 어머니 : (아들이 저랑) 통화하면서 '허억, 허억, 허억' 이러는 거 있잖아요. (선임들이) 제 아이 몸무게를 90kg까지 찌우는 게 목표라고 했대요. 제 아이가 짐승입니까?]

부대 심리검사 결과 '자살 전단계'라는 가슴 철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견디다 못해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고서야 문제가 알려졌지만, 이 일병은 그때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심지어 해당 부대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부대 관계자/사건 후 피해자 부모와 통화 내용 : 부대 내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화해를 하고 중재를 시킨다면 좋겠습니다. 사안 자체가 크지 않은데 왜 그렇게(형사고소) 하느냐, 건의 아닌 건의를 합니다. 이렇게 형사처벌을 요구한다고 이렇게 나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게(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집니다.]

결국 가해자들은 형사처벌이 아닌 영창 10일, 휴가 제한 같은 부대 자체 징계를 받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 간 이 일병이 선임들이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도 당했단 사실을 추가로 털어놓으면서 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민권익위 역시 사건 은폐나 축소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일병 어머니 : 내가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국가에 내 아들을 바 쳤는데, 진짜 난 아들을 잃고 싶지 않아. 내 머릿속에 난 아들을 잃고 싶지 않아. 그것밖에 없었어요.]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준호, 이종현)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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