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으니 퇴사하라" "육아휴직은 무슨".. '서글픈 직장맘'

김규태 입력 2016. 7. 10. 17:45 수정 2016. 7.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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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작년 978곳 조사 출산전후 휴가 미부여 야간 휴일근로 강요 등 모성보호법 223건 위반 적발돼도 처벌수위 낮아

노동부, 작년 978곳 조사
출산전후 휴가 미부여
야간 휴일근로 강요 등
모성보호법 223건 위반
적발돼도 처벌수위 낮아

#. 직장인 김모씨(33)는 지난해 말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곧바로 사직권고를 받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받아 출산에 전념하려던 그에게 상사가 내민 해직사유는 '저성과자'였다. 김씨가 거부하자 상사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일부러 회의를 퇴근시간 이후 잡는가 하면 애써 만든 보고서를 반려하기 일쑤였다. 직원들 앞에서 "업무를 이 따위로 하느냐"며 면박을 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김씨는 인사고과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녀는 저성과자라는 데 동의할 수 없었다. 창립 이후 50년 동안 육아휴직을 단 한 차례도 준 적이 없었던 회사와 임신부 김씨는 힘겨운 싸움에 들어갔다.

정부가 육아휴직, 출산휴가, 임산부 야근금지 등 모성보호법을 제정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신한 여성에게 낮은 인사고과, 이유 없는 질책 등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 때문에 직장맘은 법정 싸움을 포기하고 자진 퇴사를 택한다. 법정까지 가게 되는 경우 만삭의 몸으로 버티기 힘들다.

■조산 위험에도 야근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78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모성보호관련법 위반사례가 223건에 달했다. 사업체 4곳 중 1곳은 법을 위반하는 셈이다.

위반내용은 야간 휴일근로 강요, 출산전후 휴가 미부여, 직장내 성희롱예방교육 미실시 등이다. 임신한 직장인을 해고한 경우도 3건 적발됐다. 표본조사여서 실제 법률을 위반한 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신한 직장맘들은 억울해한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야근금지 등이 법적권리지만 보장받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씨는 임신 중이지만 매일 야근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의사로부터 조산 가능성이 있으니 집에서 안정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심 끝에 상사에게 말했지만 이틀간 정시에 퇴근하라는 지침이 전부였다. 박씨는 "첫 임신이고 조산에 대한 공포가 컸는데 회사에서는 냉대해 죄인이 된 것 같았다"며 "일의 강도는 그대로여서 정시퇴근할 때면 스트레스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박씨처럼 임신한 직장인이 겪은 고충으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를 찾은 사람은 2012년부터 올 6월까지 5852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진행된 모성보호 등 관련 종합상담은 6월 현재 1만건을 돌파했다. 2012년 474건에서 올해는 6월까지 3212건이 접수돼 매년 증가일로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경력유지지원팀장 김명희 노무사는 "기업체 10곳 중 8곳은 모성보호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을 모르는 업체도 상당수일뿐더러 알고도 임산부들을 괴롭혀 사직하도록 만드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상담을 하다보면 임신, 출산, 육아기 전반에 걸쳐 임금삭감 등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고, 기업은 대체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주지 않거나 퇴직을 종용한다"고 덧붙였다.



■조사인력 47명 전부?

더구나 임산부는 회사에 쉬운 업무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2014년 도입된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 역시 이용현황 확인 결과 사업체 10곳 중 1곳에서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모성보호법 위반 업체를 조사하는 고용노동부 전국노동지청 산하 지도감독관은 47명으로, 이들이 한해 동안 조사하는 업체는 1000개 남짓이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산업체가 총 186만30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0.05%에 불과하다.

근로지도개선에서 적발돼도 처벌 수위가 낮은 점도 문제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부 지도조사에서 적발된 위반건수는 2537건에 달했지만 과태료 처분 이상을 받은 경우는 46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491건의 위법사항은 계도 조치만 이뤄진 셈이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근로자는 회사와 다툼을 꺼리기 때문에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게 맞지만 인력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단속 목적이 지도점검이어서 위법사항이 중하지 않으면 계도조치한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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