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7월 8일 뉴스초점-취준생 울리는 '불쾌한 면접'

2016. 7.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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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우리 동요죠.
어릴 적 이 노래를 부르며 놀 땐 그저 즐거웠습니다. 근데, 성인이 된 후에'우리 집에 왜 왔니' 란 말을 들으면 왠지 방어적이게 됩니다. 마치 '넌 우리 집에 올 자격이 되냐?' 라고 묻는 것 같아서 말이죠. 너무 비관적인가요?

"우리 집에 들어오고 싶으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구직자들이 많이 듣는 말일 겁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 기준 9.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학엔 교양 과목으로 취업 강의가 생겼고, 학생들은 스스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한 대학교 4학년생의 일과를 잠시 볼까요?
아침 8시에 SNS로 친구들과 상식 퀴즈를 내며 잠을 깨고, 학교에 가선 수업과 과제, 그리고 틈이 나면 취업센터에 들러 상담을 합니다. 방과후엔 외국어와 말하기 학원에 가고요. 주말엔 스터디를 합니다. 그나마 아르바이트를 안 해도 되는 학생들의 일과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입사 최종 관문인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이들에게 온 질문은 이런 겁니다.

"노래해봐라"
"결혼은 언제 할거냐"
"넌 생긴 게 왜 그렇냐"

요즘 구직자들은 면접을 위해 연기학원까지 다닌다고 합니다. 연기를 한다는 건 자신이 아닌 극중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표현하는 거죠. 한창 자신의 주관을 가져야 할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인 인권마저도 내려놓게 됐죠.

작년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정보 사이트 '워크넷' 에 올린 면접 '모범답변'을 볼까요.

질문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모범답안 -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예도 볼까요?

질문 - 결혼은 언제 할 계획입니까?
모범답안 - (현재로서는 결혼 계획이 없다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저희 언니들도 결혼보다는 일에 매진하여 서른 살에 결혼하였습니다. 저는 좀 더 늦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당연히 논란이 됐고, 지금은 삭제 됐습니다.

캐나다·독일은 입사동기와 직무에 관한 질문만 하는 게 관행이고, 미국에선 출신과 학력은 물론, 나이도 물으면 안 됩니다. 만약 개인적인 질문으로 부당한 대우를 하면 법적 소송도 당하지요.

아직도 한국은 세계 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일부 대기업들조차도 부모님의 스펙을 묻고, 인격 모독에, 탈락의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으며 '갑질'보다 더한 '인권침해'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엄연히 인권보호에 관한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 스펙 기재 방지법' 등 구직자들을 위한 인권법을 더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늘 앞장서는 이들은 청년이었습니다. 이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못 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이들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참 암담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모든 시련을 이기고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구직자들은 과연 그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꽃,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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