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임진경 "태극마크 위해 3년 기다려.."

김지섭 2016. 7.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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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경.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8월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대표2’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불가능에 도전한 내용을 담았다. 실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열악하다. 대학, 실업 팀은 물론 중ㆍ고교 팀 하나 없어 존재하는 팀이라고는 대표팀이 유일하다.

여자 대표팀의 감동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또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주인공도 있다. 캐나다 동포 임진경(23)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3년을 기다렸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남녀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북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를 찾았다. 남자 선수를 찾아내지 못해 여자 선수로 눈을 돌렸고, 미국과 캐나다 대학 1부리그 팀 명단을 살펴본 결과 한국계로 추정되는 1명을 찾았다. 개인 기록과 경기 영상을 확인한 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닿았다. 바로 임진경이다. 임진경은 최근 서울 방이동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고 활짝 웃었다.

페이스북 통해 확 바뀐 인생 행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임진경은 2013년 7월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곧장 협회의 우수 인재 특별 귀화 대상 1호로 지목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뛸 팀이 없었던 탓에 캐나다 여자 대학 1부 리그 명문 윌프리드 로리에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국적 신청을 미뤘고, 3년 간의 기다림 끝에 올 여름 국적 취득을 신청할 예정이다.

임진경

협회와 처음 연락했던 당시를 떠올린 임진경은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매우 놀라웠다”면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삼촌과 통화하며 ‘이게 진짜냐’고 물어봤고, 삼촌이 협회 관계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본 결과 진짜였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한국에 오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며 “아이스하키는 내 일상이었고, 부모님의 고향 한국은 나의 한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임진경은 2013년부터 매년 대표팀 훈련과 경기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제연맹 주관의 공식 대회는 아니지만 일본과 여자 교류전, 카자흐스탄 초청 대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자체가 아이스하키 인생의 가장 큰 기억이라는 그는 “한국에 온 3년 전부터 인생 방향이 바뀌었다”며 “한국에 기반을 두고 국적을 취득해 한국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에서 오빠 임의균씨와 함께 거주하는 임진경은 내달 국내에서 열릴 예정인 카자흐스탄과 친선전을 준비 중이다.

현실로 다가오는 막연했던 올림픽 출전 꿈

임진경은 대표팀의 핵심 멤버다. 축구로 따지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눈에 안 보이는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박지성(은퇴)의 역할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 대표팀은 무엇보다 경기 출전 경험이 적다. 성인 대표팀은 16세부터 뛸 수 있다. 또 6단계의 세계선수권대회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단계(디비전 2 그룹 A)에 자리했다.

임진경은 “아직 대표팀이 시작 단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경기를 하고 싶어도 상대 팀이 없으니까 선수들의 실전 경험이 적다. 캐나다에서 게임을 많이 뛰었기 때문에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동료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상황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더욱 향상 돼야겠지만 아이스하키를 대하는 태도가 좋고 열의도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팀이 생기면 선수가 한 명이라도 늘어나고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까지 보면 어린 친구들이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경은 돈이나 메달 획득 기회를 얻기 위해 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했던 동료들과 국제 대회에서 당당히 한국을 대표해 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는 “한국 팀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며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과 연을 맺으면 막연했던 2018 평창 올림픽 출전 꿈이 이뤄진다. 임진경은 “한국을 대표해 국제 대회에서 뛰고 싶은 오랜 꿈이 단계별로 이뤄지고 있다”며 “8세부터 좋아했던 아이스하키를 평창 올림픽에서 뛸 기회가 생겼다는 자체 만으로도 정말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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