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4법’ 홍보비로 62억9900만원 쓴 고용노동부

김한솔 기자

ㆍ53억8700만원 '예비비' 편성해 사용

더민주 한정애 "노동4법 홍보비가 시간적으로 긴박한 일이냐...예산 함부로 사용해선 안돼"

고용노동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처리 의지를 갖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 이른바 ‘노동4법’에 대한 홍보비로 지난해 62억99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중 53억8700만원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예산이 필요할 경우 사용해야 하는 ‘예비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4법’ 홍보비로 62억9900만원 쓴 고용노동부

경향신문이 8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실을 통해 받은 예산결산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2015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건 부처별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편 법안의 처리를 위한 대국민 홍보비로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 사업 분야 예산의 74% 인 62억990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 사업 분야에 편성된 예산 84억9400만원 중 84억4900만원을 집행했는데, 집행한 예산 중 70% 가 넘는 금액을 노동4법 홍보비로 쓴 것이다.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 분야는 노사문화 우수기업 선정, 노사문화 유공 정부포상, 노사협력 및 홍보활동 등을 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집행내역으로는 TV, 라디오 등 45개 방송 매체 광고비로 39억4500만원, 51개 일간지 지면광고로 10억600만원, KTX 등에 대한 옥외광고로 2억3000만원, 네이버 등 41개사에 대한 온라인 광고 2억400만원 등으로 사용됐다.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 용도는 ‘노동개혁의 필요성, 효과, 신속한 입법 처리 홍보’ 로 명시돼 있다.

더민주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고용노동부 소관 결산 검토보고서에서는 53억8700만원의 ‘예비비’를 홍보비로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고용노동부가 홍보비로 사용한 예비비 53억8700만원은 당초 본예산인 31억700만원보다도 많다.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22조에 따라 사전에 예기치 못한 긴급한 지출 수요가 발생할 경우, 다음연도 예산 편성이나 심의를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시간적으로 긴박한 경우에 예산을 집행해 예산의 신축성을 부여하기 위한 제도다.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노동4법 홍보를 위해 예비비를 배정받아 집행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노동개혁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으로 정책홍보 예산의 성격상 예산 편성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2015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부터 예비비 사용을 추진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에도 예비비 사용의 타당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비비 중 일부는 대통령이 예비비 승인을 내리기도 전에 주요 일간지 등 신문과 TV 광고비용으로 이미 집행된 것으로 드러나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1차로 배정받은 예비비 13억9000만원은 3월23일 고용노동부가 요구하고, 4월2일 대통령 승인을 거쳐 같은 날 고용노동부에 배정됐다. 하지만 이 중 11억7976만원은 신문 및 TV 광고는 예비비에 대한 대통령이 예비비 승인을 하기 전인 3월19일부터 31일 사이에 이미 지출됐다.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예비비 사용 승인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지출원인행위를 하는 등 예비비 사용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은 “노동4법 홍보비가 다음연도 예산 편성이나 심의를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시간적으로 긴박한 일이냐”며 “이렇게 국가 예산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홍보비 사용의 적절성을 검토한 예결위 전문위원은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노동개혁법 등과 관련한 홍보를 위해 사용된 동 예비비가 ‘국가재정법’ 등에 따른 예비비 편성 요건에 적합한 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예비비 편성, 집행 시 ‘국가재정법’과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관련 내용을 담은 노동4법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여당의 4·13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지만, 이 법안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개혁 4법을 저지하는 귀족노조와 정치권이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과 노동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라며 노동4법 처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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