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데 쓸 소화전 물 200톤을 물대포에 쏜 경찰

박홍두 기자 입력 2016. 7. 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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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찰이 지난해 불 끄는데 쓸 소화전 용수 200t을 물대포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농민 백남기씨를 중태에 빠트린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때에도 경찰은 그 날 하루에 쓴 물의 62% 가량인 126t을 소화전에서 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실이 7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찰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3번의 집회에 살수차를 투입해 모두 275.2t의 물을 사용했다. 특히 이 중 196t은 집회 장소 인근에 있는 소화전에서 끌어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에서 33.2t의 물을 살수차를 이용해 뿌렸다. 이 중 30t은 소화전에서 빼 썼다. 총 물 사용량이 90% 가량을 소화전 용수로 충당한 것이다.

같은 해 5월1일 노동절 및 4·16 세월호 참사 연대 집회에서는 총 40t을 썼는데 모두 소화전 용수를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는 유례 없이 많은 양인 202t을 뿌렸는데, 이 중 126t(62%)가 소화전 용수였다.

이 때 쓴 126t의 물은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광장 화단에 설치된 사설 소화전에서 60t, 세종로 한국무역보험공사 소화전에서 26t, 종로구 신문로2가 경찰박물관 앞 소화전에서 12t, 일민미술관 앞 지상식 소화전에서 28t을 각각 빼서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해 소화전 관련 상하수도 요금으로 55만여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중부수도사업소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소화전 관련 상하수도 요금으로 55만3650원을 납부했다.

경찰청은 소화전 사용의 근거로 ‘행정절차법’ ‘소방기본법’ 등과 2007년 만들어진 경찰 내부 지침 ‘살수차 운용 지침’을 들었다. 해당 소방서와 협의하면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경찰은) 사전에 해당 소방서와 협의하면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켜야 할 소화전을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가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화전은 ‘소방기본법’이 규정하는 소방용수 시설 가운데 하나”라며 “법적으로 소방전 용수를 살수차가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로소방서는 종로경찰서의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소방용수 시설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화재 등 긴급한 상황을 대비한 시설”이라며 “다른 목적을 위한 소방용수 및 시설 사용은 긴급하고 정당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적절한 안전 및 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 하에 필요최소한의 한도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살수차가 소화전 용수를 지난해 약 200톤이나 사용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라면서 “지난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것을 보면 살수차가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살수차의 소화전 이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개최한 정부 규탄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도중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다./김정근기자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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