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지상의 노크소리, 하늘에서 들리십니까

2016. 7.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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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6일 수요일 흐림. 마지막 노래. #215Kent 'Den sista sangen'(2016년)
[동아일보]
생전의 김광한 DJ. 마지막으로 무슨 노래를 틀고 싶었을까. 고 김광한 씨 유족 제공
지난 일요일 오후, DJ 고 김광한(1946~2015)의 1주기 추모 음악회에 다녀왔다.

라디오 DJ에 대한 추모 콘서트는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팝스다이얼’ 카페가 주최하고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열렸다. 1960년대 동아방송 ‘탑튠쇼’로 이름을 날린 국내 1호 라디오 DJ 최동욱 씨를 비롯해 많은 DJ와 고인의 팬들이 객석을 메웠다. 진행은 부산교통방송의 최성원 DJ가 맡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최동욱 DJ의 아들이다.

커다란 화면으로 보고 듣는 고인의 생전 사진과 음성이 퍽 낯설었다. 특유의 그 목소리는 쨍해서 마치 삶을 대표해 증명하는 소리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가수 임지훈, 전원석, 김준원, 서정아, 위나, 김다영, 김용호, 커피시인 윤보영 씨가 다양한 노래와 추도사로 고인을 그렸다. 그룹 H2O의 김준원이 왼손으로 노크하는 시늉을 하면서 부른 ‘Knockin‘ on Heaven’s Door’를, 그 똑똑거리는 소리를 하늘에 계신 그분은 들으셨을지.

벌써 1년이라니…. 부인은 “여러분께는 ‘벌써 1년’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10년과 같았다”며 눈물지었다. “늘 절 ‘꽃님아∼’라고 부르셨어요. ‘꽃님아, 넌 웃는 모습이 예뻐. 그러니까 울지 말고 항상 웃어야 돼’.”

울면서 웃을 수 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밴드 켄트가 새 앨범을 냈다. 마지막을 노래하기 위한 신작. 켄트는 올해 12월 17일 해체한다. 마지막 작품임이 예고된 12집 ‘DN Som Nu F¨or Alltid(그때도 지금도 영원히)’의 마지막 곡 제목은 다름 아닌 ‘Den sista sNngen(마지막 노래)’이다.

슬픔 앞에 선 무력감은 음악에서 하향선율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노래, 마지막…’이란 뜻의 스웨덴어 노랫말과 겹치는 ‘레-도#-라-레-도#-라’의 단순한 선율에 매혹돼 버렸다. 끝없이 듣는다.

3년 전 스웨덴 스톡홀름의 텔레2 아레나 무대 바로 앞에서 본 청회색 눈의 청소년들이 떠올랐다. 알아듣지 못할 켄트의 스웨덴어 노래를 제창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우렁찼지만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세 살쯤 더 먹은 그들은 12월 17일,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약속한 것처럼 그 자리에 다시 모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마지막 노래’를 따라 부를 거다.

‘마침내 봄이 왔을 때/우린 말리부를 달렸고… 넌 주근깨를 보이며 웃었지/눈에는 눈물이 고여서/모든 건 그 눈 속에 있었어/모든 건 그 눈 속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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