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외압' 이정현 의원 해명, 참·거짓 가려보니..

CBS노컷뉴스 김정훈 기자 2016. 7.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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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자료사진)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KBS 외압 의혹'은 이미 2014년 5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 의해 제기됐다.

김 전 국장은 KBS기자협회 총회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을 비난 말라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고, 자신의 사임까지 청와대가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은 알기 어려워 '논란'으로 끝나고 만다.

최근에야 대화 공개를 결심한 김시곤 전 국장은 자신과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이 통화 내용을 파일째 공개해 '논란'을 '사실'로 바꿔놓았지만, 이마저도 다시 '논란'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정현 의원과 새누리당이 변명과 해명을 통해 상황을 정면돌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파문 직후 "제 불찰과 부덕 탓"이라는 데 방점을 찍던 이 의원은 이젠 '홍보수석으로서의 당연한 임무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쟁화 시도로 돌리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과 해명 등을 바탕으로 '외압 논란'인지 '외압 사실'인지를 가려본다.

◇잘못된 사실관계 바로잡으려?

이 의원이 세월호 참사 14일 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바꿔달라'고 요청한 대상은 이날 KBS 뉴스9이 첫 번째로 배치한 ["사고 초기 해경, '언딘' 때문에 군 투입 못해"] 리포트다.

앞서 국방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겨레가 이날 오전 단독 보도했고 KBS가 그 내용을 받아 쓴 것.

KBS는 리포트에서, 참사 당일과 이튿날 해군 요원들의 잠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설명한 뒤 "해경이 민간업체, 즉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했고, 해군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당시 초동 대응에 실패했던 해경이 해군의 최정예 요원들을 배제해 실낱같은 희망마저 꺾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보도의 취지였다.

이정현 의원은 곧바로 김시곤 전 국장에게 "용어를 통제가 아니라 순서대로 이렇게 들어간다는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렇게 통제를 하고 못 들어가게 했다 그래 버리니까 야당은 당연히 이걸 엄청 주장을 해버리지"라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아니라 표현을 달리 해달라는 요청이다.

특히 이 의원은 "KBS뉴스가 이걸 아주 그냥, 완전히…그 일단은 조금 약간, 그런 해군의 국방부의 해명이 좀 빨리 좀 안 됐나봐"라면서 "난 다 못 읽어봤어"라고 실토한다.

사실관계 정정을 요구하는 입장이라면 자료조차 못 읽어봤을 수 없지만, 이 의원은 최근 파문이 일어난 뒤에도 "잘못된 보도가 나가 바로 잡아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도는 잘못이었나?

이정현 의원이 거듭 팩트가 틀렸다며 제시하는 근거는 국방부 자료와 같은 KBS의 보도이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사실을 확인해 보니 같이 작업한 모든 기록이 있다"면서 "그래서 오후에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엄연한 팩트가…4월 16일날 KBS도 보도했다, 국방부가 함께 작업을 했다고"라고 말한 뒤 "그런데 30일날 국방부가 오전에 보도자료를 잘못 알리는 바람에, 작업을 같이 안 하고 해경이 반대한 것으로 보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우선 치명적 오보를 쏟아낸 참사 당일 KBS 보도를 '사실'의 근거라고 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후의 문제제기를 두고 14일 전의 보도를 반론 근거로 삼는 것 역시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방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는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 (사진=자료사진)
당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진성준 의원에게 전달된 자료는 해석에 따라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자료가 정확하게 작성되지 못했다는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해군 잠수요원 투입이 해경에 의해 저지된 점은 인정한 채로, 다만 "조류가 세면 매일 훈련하는 해군 요원들이 들어가는 게 좋고 정조 때는 경험이 많은 민간이나 해경이 잠수하는 게 낫다"는 이유를 설명했을 뿐이다.

오히려 '해경과 해군이 함께 작업했다'는 이 의원의 여전한 주장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다.

◇한 생명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

해명에 나선 이정현 의원이 가장 강조하는 건, 절박하게 생명을 구하기 위한 차원의 일일 뿐이었다는 점.

1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도 "우선 한 생명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얘기를 한 것"이었다며 "홍보수석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지만 조금 지나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된 녹취파일 첫 대목에서 이 의원이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라고 언급한 대상은 세월호에 묻힌 희생자들의 생명이 아니라 "국방부 그거"였다.

"요거 한번만 도와달라", "한번만 도와줘"라고 이어진 간청에서도, 도움을 받을 대상은 희생자나 구조팀이 아니라 "나"였다.

특히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한번만 도와주시오. 자, 국장님 나 한번만 도와줘. 진짜로…"라고 읍소했다.

눈치를 보는 대상은 국민이 아닌 대통령이고, 그로부터 구제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대상은 자신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진=이정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편, 이러한 파문 속에도 당권 도전 의사를 굽히지 않은 이정현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벤트정치, 이미지정치가 얼마나 국민의 비웃음을 사는지 정치인만 모르는것 같다"면서 "국민은 하늘"이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김정훈 기자] repor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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