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15개월 논란史, 시청자 참여 예능이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6. 7. 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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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MC 유재석. 사진 SBS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MC 유재석. 사진 SBS

SBS 심야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방송 1년 3개월 만에 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SBS 측은 4일 <동상이몽>이 오는 18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방한다”면서 지난 3일 마지막 방송분 녹화를 진행했음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해 4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그의 부모들이 출연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서로의 간극을 좁히려는 취지의 프로그램은 두 번째 시즌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프로그램은 기획 당시부터 유재석과 김구라가 예능에 최초로 함께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됐으며 세대 갈등이 실감나게 그려져 동시간대 시청률에서 승기를 잡았다. SBS 측 역시 동시간대에 방송되면서 함께 시청자 사연이라는 소재를 쓰고 있는 KBS2 <안녕하세요>와의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동상이몽> 역시 지난 방송분인 지난달 27일 방송분이 닐슨코리아 집계 5.6%의 시청률로 <안녕하세요>의 3.7%에 앞서며 동시간대 1위를 달렸다. 업계에서는 동시간대 1위를 달리는 프로그램이 유재석과 김구라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15개월 만에 막을 내리는 부분에 대해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상이몽>의 종방에는 시청률을 제외하고 프로그램을 놓고 그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잡음 때문에 SBS 예능국이 전반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상이몽>은 초반 방송분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서로의 입장을 바라본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학교 교보재로 쓰일 정도의 공익성을 인정받았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진이 사연을 말하는 비연예인 시청자의 상황에 개입하고, 프로그램의 기승전결에 필요한 여러가지 요소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논란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딸에게 과도하게 신체접촉을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방송은 출연자 가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작진의 개입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이 사안은 문제가 되자 MC들이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아 지난달 6일 방송된 다섯 자매 중 유독 넷째가 따돌림을 받는 사연 역시 비슷한 사연자 가족의 SNS을 통해 공개됐다. 이 사안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동학대’ 논란을 불렀다.

연예인들 같은 전문 방송인이 아닌 시청자 사연을 놓고 극적 구성이 필요했던 프로그램은 갈수록 자극적인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방송된 남해 ‘오토바이’ 고등학생 사연에서는 사망 사고에 연루된 학생이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레 말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이 방송분은 사연자의 아버지가 “불구가 되느니 죽는 게 낫다”고 하는 말을 여과없이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밖에도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연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비슷한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초대해 방송을 보여주면서 맥락이 없는 광고 논란을 낳았고, 자막으로는 몰래 촬영을 한다고 했다가 사연자 옆에 카메라가 버젓이 있는 상황도 누리꾼에게 발각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극으로 치닫던 두 사람의 갈등이 결국 감정적인 화해로 봉함되는 과정만 보이면서 전문 패널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SBS 측은 새로운 예능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을 다수 론칭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상이몽>의 퇴장을 기획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상이몽>의 후속 프로그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연예인에 비해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 시청자 참여 예능의 경우에는 섬세한 접근과 구성이 필요하며, <동상이몽>은 이 전제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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