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천경자·조영남'..수사·소송 얼룩진 상반기 미술계

박정환 기자 2016. 7. 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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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년 상반기 미술계는 이우환 화백, 고(故) 천경자 화백, 조영남씨 등과 관련한 위작·대작 사건에 따른 수사와 소송이 이어지면서 '민중미술의 재조명' 등 여러 의미 있는 미술계의 시도들마저 묻혀 버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이우환 위작 논란은 경찰과 이우환 작가 사이에 진실 공방으로 넘어갔고,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은 법정에서 진위를 가려야 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또 '아트테이너'(아트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예술활동을 하는 연예인)의 대표주자로 손꼽혔던 조영남이 무명작가에게 그림 제작을 맡긴 것이 드러나면서 미술계에 파장이 일었다.

우선 '이우환 위작 수사'는 경찰 수사에 탄력이 붙으면서 출구가 보였으나, 작가가 반론을 제기해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을 헤매고 있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 소문은 2014년부터 미술계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이 화백은 "내 작품은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 때문에 모방하기가 어렵다"며 직접 '진위 감정서'를 써주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1월 '위조된 감정서'까지 붙은 작품이 K옥션 경매에서 5억 원대에 낙찰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일본으로 도피해 있던 위조 총책 현모씨(66)를 검거했고, 이 화백의 그림 약 55점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위조화가 이모씨(39)를 지난달 30일 붙잡았다. 또, 압수된 13점에 대해 민간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을 거쳐 '위작' 결론을 냈다.

이우환 화백은 그러나 경찰의 결론을 뒤집었다. 그는 '진위 감정에 작가가 배제됐다'며 불만을 표출하다가 지난달 27일과 29일 두 차례 서울 중랑구 묵동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피해자 겸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재출석 후 그는 "(13점 모두) 나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내 그림"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찰이 압수 13점 중 4점 위작을 인정하라고 회유했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에선 이를 부인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미인도'' © News1

미인도 위작 논란은 법정으로 무대를 옮겼다. 지난 4월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은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던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진행하던 '천경자 1주기 전'에 전시된 작품 5점을 전격 압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국과수에 '미인도' 감정을 의뢰하고, 진품과 대조를 위해 작품 대여를 요청했으나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전시 중'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6일 저녁 전시 중인 작품 5점을 전격 압수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에는 가수 조영남씨가 수년간 수백여 점을 강원도 속초에 사는 무명화가에게 제작을 맡겼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조 씨가 조수를 두고 대작을 하는 것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대중과 미술계 대다수가 조씨를 규탄했다. '조씨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기성 판매를 해왔다'는 게 비난의 요지다. 전국 11개의 미술단체연합협회가 조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미술계 일부에서는 "현대미술의 속성을 모르는 무지한 수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런 경찰 수사와 소송이 이어지면서 '80년대 민중미술 재조명' 등 의미가 있는 시도들이 대중에 시선에서 소외됐다. 특히 지난 4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리얼리즘의 복권'전은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전시였다. 올해는 이중섭·유영국·변월룡 탄생 100주년과 백남준 타계 10주기 등이 겹쳐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들이 민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도 했으나, 위·대작 사건은 이 모든 시도를 삼켜버리는 '블랙홀' 작용을 했다.

이로 인해 미술계 내부의 자정을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던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미술 시장 유통 투명화를 위한 '미술품 활성화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술품 유통업의 허가·등록 기준을 마련해 화랑업은 등록제, 경매업은 허가제, 기타판매업은 신고제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Δ화랑과 경매사를 대상으로 한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 신고제' 도입 Δ미술품감정사 제도 신설 또는 감정기관 지정제도 도입 Δ미술품 수사 및 과세 관련해 감정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가칭) 설립 등도 검토하고 있다.

또 위작 단속 및 처벌 강화를 위해 '미술품 유통단속반' 운영, 법무부와 협의를 통한 미술 시장을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 위작 유통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명문화 등의 정책도 미술계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먹구구 식으로 불투명하게 운영되던 미술 시장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투명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면서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미술계 전체 의견을 모아 차분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수·방송인 겸 화가 조영남씨(71)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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