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생리라고 왜 말을 못해" 인사동서 생리대 붙이기 퍼포먼스

글·사진 이유진 기자 입력 2016. 7. 3. 15:41 수정 2016. 7. 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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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생리대 함께 붙여요!” “원해서 하는 생리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 “부당하게 높은 생리대 가격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라!”

서울 도심에서 여성들이 생리대 가격 인하와 생리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며 생리대를 벽에 붙이는 캠페인을 열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있는 한 공사장 가림막에 붉은색 물감이 칠해진 생리대 10여장과 여성 속옷이 붙었다. 참가자들은 실제 생리대에 빨간 물감을 뿌리거나 글귀를 적어 벽에 자유롭게 붙였다. 주최 측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비싸고,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는 것조차 억압받아 온 것에 저항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캠페인 제안자는 “생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행사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캠페인에 참가한 한 여성은 붉은 펜으로 “남고생 몽정은 청춘 코미디, 여고생 생리는 유해매체”라는 글을 생리대에 썼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가 생리대 이미지를 ‘유해 매체’로 분류한 것을 풍자한 메시지다.

사용하던 속옷을 가져와 붉은 물감을 칠해 벽에 붙인 참가자도 있었다. 대학생 여성 ㄱ씨(22)는 “생리대를 주고 받을 때마다 마약을 거래하듯 조심스럽게 행동해왔다”며 “이제는 생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문화를 바꾸고자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생리대를 붙이자’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실시간으로 캠페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벽에 붙은 생리대를 보고 다가와 게시글을 자세히 읽는 등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한 여성 외국인 관광객은 주최자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남성 ㄴ씨(26)는 “생리대 가격을 낮추자는 발언에는 공감이 되지만 그 방법이 거북하다”고 말했다. 행사 초반에는 인근 상인들이 캠페인로 인해 가게로 오는 발길이 끊어질까 주최 측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 박삼용 구의원(새누리당)이 “생리대라는 말은 거북하니 위생대라고 하면 대충 다 알아들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캠페인 주최자들은 “생리는 숨겨야 할 일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도 아닌 당연한 생리현상임을 말하고자 한다”며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불가피한 출혈에 부당한 가격을 매기지 말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캠페인이 마무리된 후 현장에 부착된 생리대를 자체 철거할 계획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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