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하다 식물인간..사경 헤매는 이주노동자

박수진 기자 입력 2016. 7. 2. 21:25 수정 2016. 7. 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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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 중이던 한 이주노동자가 두 달 전 사고로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적발되면 강제로 본국에 돌려보내야 하는 불법 체류 신분이지만, 이처럼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생리포트, 박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압잘로바 굴노라 씨는 매일 이 병원 중환자실을 찾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보호복을 입는 것도 이젠 익숙합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이런 생활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째.

[1시 20분부터 면회 시작하실 건데요.]

이유는 한 가지, 문 너머에,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노디르 씨는 지난 2004년 돈을 벌겠다며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12년 만에 식물인간 상태로 엄마를 맞았습니다.

[압잘로바 굴노라/우즈베키스탄 : 아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낫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노디르 씨는 지난 4월 자신이 살던 원룸 건물 옆 도로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어 사고 경위도 알 수 없습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 관계자 : 실수로 미끄러져서 (3층에서) 떨어진 것 같더라고요. (목격자가 없나요?) 새벽 시간이어서….]

두개골 골절로 왼쪽 머리뼈를 들어내는 대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치료비만 6천 700여만 원.

3년 전 일하던 직장에서 임금 1천만 원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 뒤, 일용직을 전전해온 노디르 씨에겐 엄두가 나지 않는 돈입니다.

12년 가까이 불법체류해온 탓에 법적으로는 한국에 더 머무를 수 없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목숨이 위태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법무부 관계자 : 강제퇴거 대상은 돼요. 그런데 이 분 같이 의식이 없거나 의식이 있어도 입원을 한 경우는 참 강제 퇴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엄마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아들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얼른 나아서 아들이 두 발로 스스로 걸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바라는 것은 그것 뿐이에요.]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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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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