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수단' 새로운 단계 올라섰다, 다음 수순은?

전병역 기자 2016. 7. 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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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존 미사일 기술서 한 차원 올라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가능성 배제 못해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6월 22일 무수단(‘화성-10’) 미사일 발사를 맡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꾼을 왈칵 끌어안았다. 상대자는 감격해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 등에서 군인이나 주민들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격한 모습을 내보인 경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왜 이토록 기뻐했을까.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어느 면에서 성공했는지를 가리는 것은 앞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컨대 몇 ㎞를 날아갔는지, 우주공간에 올라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는 보존됐는지, 낙하속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액체연료를 썼는지 등이 관심을 끈다.

북한 미사일을 얘기할 때 사거리가 첫 관심사가 된다. 북한이 적국 미국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서다. 앞서 인공위성 ‘광명성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운반체 ‘은하’ 로켓의 3단 분리 기술력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탄두만 위성으로 다를 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같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좀 앞서 나간 걱정이었다. 은하 로켓은 길이가 30m를 넘어서 미사일로서 자격이 떨어진다. 감시망에 걸리지 않으려면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려야 하는데 너무 크다.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이 북한은 필요하다. 바로 이번 무수단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소련의 R-27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최대 사거리 4000㎞, 탑재중량 1만2000㎏, 길이는 12m로 추정된다. 노동 미사일보다 작아졌지만 사거리는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는 “스커드,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추진체는 몇 개를 묶고 3단 분리까지 해도 사거리 6000㎞ 이상 안 나온다”며 “스커드, 노동으로 ICBM은 턱도 없는 소리였다”고 지적했다.

스커드, 노동은 등유(20%)와 휘발유(80%)를 섞은 액체연료에다 산화제를 넣은 구식 추진체를 써서 성능이 좋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은 고체연료와 대출력 액체연료의 두 가지 미사일 엔진 실험을 지상에서 해왔다. 장 교수는 “무수단도 액체연료를 쓴 건 거의 확실하지만 사거리를 늘리고, 몸체도 경량화한 것 같다”며 “극저온은 아니더라도 액체연료 기술이 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평했다.

통상 35~40도 정도(이론적으로는 45도)인 탄도미사일 발사 각도보다 2배 높은 83도의 고각으로 발사한 이유는 뭘까. 이는 대체로 두 갈래로 해석된다. 먼저 각도를 낮춰 발사할 경우 멀리 날아가 주변국에 피해를 주거나, 또한 재진입 탄두를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전문가들은 일반 각도로 발사됐다면 무수단 사거리가 3000㎞에서 최대 4000㎞ 가까이로 추정한다. 엔진 3~4개를 엮으면 1만㎞ 넘게 나올 수 있다.

미사일은 일단 사거리 확보가 기본이지만, 낙하속도도 중요한 요소다. 빠른 속도로 떨어질수록 미사일 방어체제로 막아낼 시간적 여유가 줄어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측 발표 화면의 비행시간 12분32초 등을 근거로 국방부는 마하 15~16 정도로 추산했다. 국방부는 재진입 시 최대 마하 24 정도인 ICBM급에 상당히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데, 장영근 교수는 “마하 20~25까지도 추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스듬히 발사할 때에 비해 고각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의 최대 낙하속도는 지상 100㎞ 정도인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직전에 찍힌다. 대기권에서는 공기저항 등으로 감속된다.

북한 발표를 보면 이번 시험의 주요 목적이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은 “자행발사대(이동발사대)를 이탈한 탄도로켓은 최대 정점고도 1413.6㎞까지 상승비행해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시험 결과 체계를 현대화한 우리 식 탄도로켓의 비행동력학적 특성과 안정성 및 조종성, 새로 설계된 구조와 동력계통에 대한 기술적 특성이 확증되었으며, 재돌입구간에서의 전투부 열견딤 특성과 비행안정성도 검증됐다”고 밝혔다. 주요 기술을 다 확보했다고 자랑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이 재진입할 때는 공기와 마찰 때문에 6000~7000도 정도 높은 열을 견뎌야 한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도 6월 27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탄두 재진입 사실을 확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저명한 로켓 전문가 ㄱ씨는 “아니면 녹아버리거나 폭발해 산산조각 나버린다”며 “무수단 탄두가 아직 둥글어서 속도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국방 전문가는 “마하 20은 마하 10보다 속도는 2배 빠른 데 비해 마찰온도는 8배나 높다. ICBM은 1만2000도까지도 올라간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적어도 열견딤 면에서 아직 ICBM 단계는 못 간 것으로 본다.

고급기술인 자세제어도 주목된다. 전문가 ㄱ씨는 “연료 연소가 끝나는 시점에 탄두를 분리하면 거의 최고지점까지 탄두와 추진체가 같이 올라가는데, 종종 서로 부딪쳐 실패한다”며 “만약 이번에 타거나 조각나지 않고 목표지점에 떨어뜨렸다면 높은 기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추진력으로 목표물을 향해 자세까지 바로잡는 기술까지 확보했는지는 한·미 당국이 채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이 안정화된다면 북한은 앞으로 ICBM급으로 추정되는 KN-08이나 KN-14의 시험발사까지 나설 수 있다. 대개 ICBM은 비스듬히 발사되기 때문에 최대 고도가 1만2000~1만5000㎞쯤 된다. 북한의 발표는 ‘우리도 ICBM 수준까지 올렸다 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발사된 원산에서 괌 미군기지까지는 3400㎞ 거리다.

세부 기술을 떠나 이번 발사 자체로 위협적이다. 장영근 교수는 “이번 시험은 기존 미사일 성능을 더 현대적 기술로 터득해 한 단계 끌어올린 게 핵심”이라고 평했다. 그는 “SLBM이든 ICBM이든, 무수단의 성능이 미국, 러시아, 중국과 비슷한 미사일 수준에 올라왔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스커드, 노동 미사일과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화염 형태나 색깔로 볼 때 엔진은 25~27톤 규모의 액체연료를 쓴 것이 거의 확실하고 정상 연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재진입 기술이 아니더라도 무수단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처음 성공시킨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옛 소련 인력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 이집트로부터 소련제 스커드를 들여와 모방해 만들었으나 1500㎞ 이상 탄도미사일은 실패했다. 그러다 소련이 해체된 1991년 2개팀 25명가량의 연구원들이 북한에 망명했고, 이들의 도움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국방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전문가 ㄱ씨도 “노동 미사일은 개발한 지 2년 만에 시험발사했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만들어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확실한 정황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고르바초프 시절 소련 연구소에서 월급을 10달러 정도만 주기도 했다는데, 북한이 월 1500~4000달러씩에 데려왔다는 소문도 많았다”고 말했다. 2000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과학자를 돌려달라고 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번 무수단 시험발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도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군은 마하 7로 날아가는 사드 미사일이 마하 14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민국 국방부 장관은 6월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군사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사드로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남한에 쏘기 위해 굳이 고각으로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방식으로 미사일을 날릴 가능성은 낮다. 스커드, 노동 미사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드는 괌 주둔 미군 안보와 더 직결된 셈인데, 이미 배치돼 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떤 추가 도발을 할지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6월 29일 “우리는 앞으로 자위적 핵억제력을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가 감행되는 것만큼 연발적으로, 다발적으로,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연발, 다발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다만 기술 측면에서 ‘다탄두’까지 노린 발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ICBM의 경우 하나의 큰 탄두 안에 별도로 작은 핵탄두를 여러 개 넣어 실어나르는 방식이 있다. 여러 탄두가 목표물로 떨어진다면 그만큼 방어체제로 다 막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냉전시대에 구소련 모스크바 주위에 미사일 방어막이 쳐지자 미국이 이를 뚫어내기 위해 다탄두 ICBM을 1970년 개발한 바 있다. 소련도 1975년에 다탄두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공위성을 한 번에 3~4개씩 올리는 점에 비춰 다탄두 기술을 가진 것으로 통용된다. 일본 또한 인공위성을 한 번에 2~4개 정도 올릴 능력이 있다.

북한은 다음 단계로 핵탄두 폭발실험과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올해 1월 ‘증폭 핵분열탄’ 수준으로 추정되는 4차 실험에 이어 5차 핵실험 카드도 남아있다. 다음은 수소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보고서에서 “양강도 지역 탁아소 어린이의 32%가 영양실조 및 발육부진 상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함경남도(27.1%), 평안북도(26.3%), 황해북도(25.7%), 함경북도(25.5%), 강원도(24.4%), 황해남도(22.4%), 평안남도(19.8%) 순이며 전체 평균은 25.4% 수준이다. 북한 탁아소 어린이 4명 중 1명꼴로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뜻이다. 북한이 자랑한 무수단 무기의 그늘이다.

당 중심 국가체제 확립, ‘조평통’ 대남공세 높일 듯

북한이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떠받치는 당-국가 체제라는 형식은 완성했다. 지난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에 올린 북한은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에 추대했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후계자로 등극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 직후 인민군 총사령관, 인민군 원수에 올라 군권을 장악했다. 이듬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는 당 제1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제1위원장까지 차지하며 실권을 장악해 왔다.

국방위는 김정일 시대에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비상기구 성격이 강했다. 북한 헌법에도 국방위는 ‘국가주권의 최고 국방 지도기관’으로 규정됐다. 국방위는 국무원 신설로 사라졌다. 이번에 신설된 국무위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이다. 국방 기능은 물론 외교·통일·경제 등 제분야를 담당하는 종합 정책결정 기관으로 국무위 위상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포진한 인사들 면면을 봐도 당·정·군 실세들이다. 국무위에는 김정은 당 위원장을 수뇌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가 각각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 당 중앙위 부위원장 가운데 선전담당 김기남을 비롯해 군수공업 담당 리만건·대남 담당 김영철·국제 담당 리수용과 리용호 외무상,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이 국무위원에 모두 들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남업무를 담당해온 당 외곽기구였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을 폐지하고 ‘공화국 조평통’을 만들어 국가기구로 편입했다는 점이다. 조평통 서기국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무기구로서, 남북대화 때 통일부 상대로 나섰으나 실체와 격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앞으로 국가기구로서 조평통이 대남 유화공세 등에 더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조평통위원장은 실세인 김기남 당 선전선동부장이 맡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무위 출범이 김정일식 선군정치의 종식을 뜻하는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기존 국방에 편중된 국방위로는 당-국가 체제의 완결된 형태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형식면에서는 당 중심성을 강화한 것이어서 ‘선군 약화’라는 해석도 자연스레 나온다. 이번 결정은 군부 중심의 선군정치가 적어도 형식상 탈색된 측면은 있다. 다만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무위는 국방위 ‘해체’보다 ‘확대개편’으로 본다”며 “기존 정통군인 입지는 줄었으나 정치군인의 위상이 높고 여전히 국방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달라진 건 적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자주, 선군, 사회주의 길’이라는 3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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